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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부엌

by 황인경

냉장고에 기대어 말 그대로

앉았다

켜켜한 지층의 단면을 만진다 까끌하다

상수와 하수의 중간에서 손을 씻고

밥을 하던 일

밥을 차리던 일

나의 몸 어디에 그날 남긴 음식이 놓여있을까

사는 일이 번거로워

한동안 식료품을 사지 않았다

싱크대가 낮아서

허리를 숙이는 자세가 되면

얼굴로 물기가 고인다


먹이고 게워내는 일은 매일이고

이렇게 가끔 낮은 부엌에 앉는다

앉으면 올려다볼 수 있다

낮은 숨을 내쉬고 나면

일어나야 하는 게 어려워서

숨을 들이마시기만 한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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