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전기뱀장어 단독 공연 <세계 동심원의 날>
전기뱀장어 3집 앨범 [동심원] 발매를 기념하여 이틀간 단독 공연을 했다. 제목은 세계 동심원의 날이다.
아래와 같은 셋리스트로 공연을 진행했다. 첫 번째 앵콜을 제외하면 이틀 셋리스트가 동일하다. 양일 관람하는 관객을 생각하면 좀 더 달라도 좋겠지만 객원 멤버들과 처음 공연하는 곡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이번 공연의 특성상 어느 정도는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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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 단독공연 셋리스트
1. 오리온자리 (드럼 베이스 기타 순 인트로)
2. 송곳니 (기훈, 솔기 코러스)
3. 널 향해 달리기 (드럼부터 느리게 시작)(아우트로 떼창)
- 멘트
4. 날씨 때문에 (AG)(여름 코러스/쉐이커)
5. 수영장 (AG)(mtr)(여름 코러스)
6. 술래잡기 (AG)(mtr)(솔기 코러스)
- 멘트
7. 동심원 (mtr) (여름 코러스)
8. 장마 (mtr)
9. 요트 (mtr)
- 멘트
10. 탠저린 (기훈 코러스)
11. 별똥별 (여름 코러스/탬버린)
12. 행운을 빌어 (여름 코러스)
- 멘트
13. 비행기
14. 704호
15. 어둠의 저편 (여름 듀엣/탬버린)
16. 미로 (솔기 코러스)
- 멘트
17. 적도 (보컬 인트로)
18. 파트타임 히어로즈 (기훈, 솔기 코러스)
19. 화살표 (솔기 코러스)
- 멘트
20. 자연사 박물관 (전원 코러스)
21. 스테이크 (솔기 코러스)
22. 거친 참치들
앵1) 야간비행(금요일) 트램폴린(토요일) (인경 혼자 AG)
앵2) 가장 멋진 파도 (mtr)(인트로 추가)
멤버들과 공유했던 셋리스트 표기 그대로다. 4인 기본 밴드 세트 외 곡별로 특별한 사항은 괄호 안에 적는다. 맥북으로 플레이하는 악기가 있는 경우 mtr로 표기하는데, 요즘에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에는 multi-track recorder로 MR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기인한 것이다. AG는 어쿠스틱 기타의 약어이다.
단독 공연은 대략 20곡이 조금 넘는 정도의 곡을 준비한다. 중간에 멘트나 셋체인지, 앵콜을 포함하면 약 두 시간 정도 공연하게 된다. 더 많아지는 건 상관없지만 더 적은 건 어쩐지 꺼리게 된다. 비싼 티켓을 사서 온 사람들인데 곡 수가 적어서 아쉽다고 느끼게 하고 싶진 않다.
공연 흐름의 많은 부분은 셋리스트를 짜는 과정에서 이미 결정된다. 두 시간 정도 긴 호흡의 공연이기 때문에 보통은 크게 4개의 장면 정도로 나눠서 구성한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내가 선호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재밌고 신나는 노래로 경쾌하게 시작
2. 가볍고 잔잔한 노래 감상 시간
3. 진지하고 흡인력 있는 노래
4. 박력 있는 노래로 함께 뛰어놀기
단독 공연을 관람하는 두 시간은 특별한 시간이다. 일상보다 좀 더 밀도 있는 시간이고, 누군가는 오랜 시간 곱씹으며 추억할 수도 있다. 각자가 어디에서 무얼 하다 왔든 이 공간 안에서는 전체 공연 주제에 몰입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좋다. 물론 셋리스트와 세부적인 편곡 등 음악적인 부분이 많은 걸 결정하지만, 그 외에도 전체 분위기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다. 무대 미술, 조명, 포스터, 영상, 의상, 이벤트 프로그램 등이다. 이번 공연은 재밌는 이벤트가 딱히 없어서 아쉬웠다. 관객마다 기호 차가 있겠지만 나는 뭔가 아기자기하고 장난스럽게 노는 시간이 있는 걸 좋아한다.
김차곡(기타), 김진철(드럼), 전솔기(베이스), 박여름(코러스/퍼커션) 네 명의 세션 멤버와 함께 공연했다. 다들 착하고 연주도 잘한다. 합주실이나 공연 대기할 때 오순도순한 분위기로 얘기를 나눈다. 이번 공연에 많은 곡을 준비하느라 다들 고생했다.
오랜만에 코로나 이전의 공연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큰 환호와 웃는 얼굴, 다 함께 부르는 노래 이런 것들이 그리웠나 보다. 이만큼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직업 만족도 최상이다.
첫 번째 날은 앵콜 첫 곡으로 야간비행을, 두 번째 날은 트램폴린을 준비했다. 다 같이 불러달라고 했는데 큰 목소리로 함께 불러주었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에 모두의 목소리가 더해져 정말 멋진 순간이었다.
단독 공연은 다른 공연보다 훨씬 재미있다. 말하자면 홈그라운드 경기라고 할 수 있는데, 공연장 안의 모든 관객이 내 편이기 때문에 굉장히 환영받는 기분이다. 긴장하지 않고 가진 걸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 이 공간 안에선 의심의 여지없이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
관객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듣기 좋게 말하는 미사여구 같지만, 경험상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다. 관객은 나의 표정과 멘트, 연주와 곡의 흐름에 생각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가 분위기를 읽고 유연하게 맞춰나가면 관객도 거기에 따른다. 그리고 그런 관객의 호응으로부터 힘을 얻어 더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게 된다. 집중하고 경청하고 잘 관찰해야 그런 호흡을 잘 만들어 낼 수 있다.
공연이 밀도 있는 시간인 이유는 그 안에 많은 시간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곡을 만들 때 끄적인 가사, 수정을 거듭해 만든 포스터 디자인, 공들여 준비한 합주와 리허설, 집에서 혼자 하는 악기 연습, 기타 줄을 갈고 악기를 정비하는 시간, 오프닝 시퀀스를 위해 머리를 굴리던 순간 등이 모두 그 안에 들어있다. 모든 요소를 꼼꼼하고 성실하게 준비하는 게 멋진 공연을 하는 방법이다. 물론 무대에서 약간 미치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