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인경 Jun 23. 2022

track#7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밤의 온기

라이너노트 Liner Notes


track#0 카세트테이프

track#1 늙은 개의 여행

track#2 하얀 방 안에서

track#3 까만 그림

track#4 혼자 듣는 노래

track#5 273

track#6 빅뱅이론

(Now)track#7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

track#8 날씨 때문에

track#9 바람길

track#10 언제든 슬퍼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track#11 깨진 빛

track#12 타고난 길치





2017-2018년 발매한 12곡의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연작 형태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발매 당시 앨범 소개글에 기초한 글입니다. 일곱 번째 트랙은 <여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입니다.




https://youtu.be/NWSz2-bvTqQ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


내가 준 선물에 기뻐하는 당신을 봐도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아요

기쁨이 지나가면 그렇지 않을 때도 올 텐데

혹시 그게 두렵지는 않나요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에 내 맘을 빼앗기고 싶어도

갑자기 찾아오는 침묵을 나는 참기 힘들죠

혹시 그게 두렵지는 않나요


이 밤을 망치기는 싫지만

초라한 내 마음을 변명하고 싶진 않아요

나의 그대여


당신의 작은 방 하나둘씩 채워지는 나의 부끄러운 이름들은

시간이 지나가면 때론 낯설게 느껴지겠죠

그게 언제 일진 몰라도


이 밤을 망치기는 싫지만

초라한 내 마음을 변명하고 싶진 않아요

나의 그대여


하나 둘 꺼져가는 밤의 불빛은 그대를 더 빛나게 해

나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언젠가 돌아보지 않는 그런 날이 오겠죠


하나 둘 꺼져가는 밤의 불빛은 그대를 더 빛나게 해

나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언젠가 돌아보지 않는 그런 날이 오겠죠




1.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동안 어떤 색을 칠할 수가 있을까


 아주 오랫동안 제 친구의 컬러링이었기 때문에 정말 익숙한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토이의 노래 '스케치북'은 이런 가사로 시작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동안 어떤 색을 칠할 수가 있을까?' 색칠 놀이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상상력을 한번 발휘해 보겠습니다.


https://youtu.be/6b8SC4zgdwk

'스케치북', 토이


 아침 여섯 시 삼십 분의 파란 건물들과

 오후 두 시의 노란 공기,

 저녁 여덟 시 하늘에 걸린 진홍과,

 밤 열 시 삼십 분의 남빛 하늘.

 그런데,

 아주 깊은 밤은 무슨 색으로 칠해야 할까요?


 오늘이라고 하기엔 늦고 내일이라고 하기엔 이른, 날짜 사이의 틈이라고 해도 좋을 깊은 밤. 이런 시간은 아무런 색채도 띄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당신이 깨어있다면 주위를 둘러싼 적막과 어둠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2.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숲에서 나와야 비로소 숲이 보이는 것 같이, 하루 밖에 나오니 어떤 하루였는지 비로소 보입니다. 낮에는 웃음과 눈물, 기대와 실망이 오고 갔습니다. 사건과 감정들이 각자의 색깔을 뽐내며 당신을 스쳐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채색의 시간입니다. 낮의 요란함에서 한참 떨어진 이 밤의 영토에서 당신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한숨 돌리고 나니 다시 그 낮의 열기가 그리워집니다. 어떤 것과도 연결되지 않은 일은 결국 외로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겠죠. 결국 우린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가 되어 색채를 찾는 순례를 떠납니다.(*무라카미 하루키) 낮 시간 동안 오고 갔던 것들은 아스라이 빛이 나고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우리는 다시 지치고 말 테지요.


 밤에는 낮의 교감을 갈망하고 낮에는 밤의 오롯함을 기다립니다. 낮과 밤이 반복되고, 몰입과 성찰이 반복됩니다. 나는 이 끝없는 술래잡기가 싫었습니다. 나에게 이 순환은 불완전함이자 영원한 그리움이었습니다. 나는 종종 끝없는 낮 또는 밤을 남몰래 꿈꿨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결핍에서 욕망을 길어 올리더군요.


3.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장욱은 본인의 시집 첫머리에 이렇게 썼습니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고 중얼거렸다.

 그것은 차라리 영원의 말이었다.

 물끄러미

 자정의 문장을 썼다.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영원히 메울 수 없는 욕망, 혹은 화해하지 못하는 낮과 밤은 어쩌면 영구기관의 연료 비슷한 것이 되어 영원의 평원을 달리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낮에는 밤이 더 아늑했고, 밤에는 낮이 더 밝게 빛났습니다. 어쩌면 그게 우리가 죽지 않고 내일까지 살아있는 이유일까요?


 전기뱀장어의 첫 앨범 소개글에 썼던, 이장욱의 문장과 닮은 구석이 있는 글을 덧붙입니다.


 ‘최고’라는 말은 언제나 바람 저 편에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최고의 연애'는 늘 우리를 실망시키는 한편,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계속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합니다.






라이너노트 Liner Notes


track#0 카세트테이프

track#1 늙은 개의 여행

track#2 하얀 방 안에서

track#3 까만 그림

track#4 혼자 듣는 노래

track#5 273

track#6 빅뱅이론

(Now)track#7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

track#8 날씨 때문에

track#9 바람길

track#10 언제든 슬퍼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track#11 깨진 빛

track#12 타고난 길치

매거진의 이전글 track#6 빅뱅이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