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걸 좋아하시죠.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순전히 기호에 관한 문제다. 그렇다면 모호한 것에 속절없이 끌려가는 건 뭔가.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꿰차고 있다.
세계는, 대상은, 인간은 모호하다. 매끈하고 빈틈없는 경계는 그 어떤 것에도 없다. 생각해보면 나라는 인간조차도 점점 테두리가 번져가고 있다.
모호한 것들을 사랑한다.
미간에 세로 주름을 만들게 하는 안개 같은 선들을, 예상치 못한 곳에 뚫려 있는 구멍들을. 기실 그 모호함 들에 질서를 부여해 정확에 가깝게 만들고자 하는 행위를, 그 무용한 뻘짓을 사랑한다. 허망한 노력일지도 모르지만 어쩌겠는가.
뭐 그런 거지.
시는 모르는 무지렁이임을 선언한 채 행으로 걸어가고 연으로 쌓아왔다.
번들거리는 지렁이를 하드 작대기로 집어 요구르트병에 넣었다가 다시 풀어 주곤 했던 어린 시절처럼, 말하자면 유지렁이와 무지렁이를 반복했던 그때처럼 여전히 有와 無 사이다. 잘 모르는 건 모르는 것이므로 대놓고 모르는 중이기에 간지럽다. 나는 진공을 혐오하면서도 포만은 견딜 수 없는 모순적인 인간이기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 싶어 늘 숨 가쁜 사람이기에.
행과 연 사이에 내 깡마른 언어들을 배치할 힘은 여전히 없다.
다만 모든 '보임'이 '있음'으로 축소되기 전에 관능의 아이스크림을 먹을 것이다. 나눠 줄 것이다.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니까.
나는 어디쯤 왔는가.
시를, 세계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나.
이제는 이렇게 말하겠다.
사랑함과 동시에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 긍정과 이중부정 사이에 있다고.
긍정 속에 찍혀 있는 부정 한 눈금만큼으로 스산해질지라도. 그래.
시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