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作 8' 적적님의 답시
숲을 고른다 나무를 눕히지
피는 흐르지 않지만 결이 사라질 때마다 알게 된다 살과 다르지 않다는 걸.
칼 끝이 스며든 자리마다 비가 배어난다 그곳을 피해 발이 닿을 자리를 남겨둔다.
울지 않는다. 대신 휘어지고 휘어져 굳는다.
신은 슬픔을 기억하지 않는 척한다.
마르면 단단해질 수 없다는 입술이 트는 약속 너무 빨리 마르면 속부터 금이 간다는 것.
나무를 깎아 발의 형태를 만든다 안쪽은 어둡고 바깥은 번들거린다 웃는 얼굴처럼.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말은 항상 늦고,
발꿈치가 떨어질 때 이름 하나 바닥에 닿는다. 신은 묵직해서 도망치지 못한다 멈추는 법도 멈추다 달리는 법도 처음부터 배우지 못했다.
발가락이 결을 더듬을 때 안쪽으로 가루가 생긴다. 사라진 것은 말이 아니라 여분의 숲
젖은 흙 오래된 여름 신지 않은 날까지 함께 젖는다.
단단해져서 부서지지 않는 건 아니다. 단단해질수록 금은 정직해진다.
부서지는 건 혀가 닿아서가 아니라 무게 때문이라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는 일은 나막신처럼 불편한 쪽이 오래간다. 벗어놓아도 형태를 잊지 않고
그렇다면 부드러웠던 숲이
단단한 소리로
너를 따라오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소리가 난다는 건
아직 닳고 있다는 뜻이니까.
네가 고른 신 적적
결 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