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직조된 우울입니다.

접힌 문장의 흔적' 적적님의 답시

by 무화


캔버스를 만들던 일은 아침부터 시작되었어요.


공업용 본드는 천의 뒤틀림을 따라갈 수 없어서 부레를 끓입니다.


능숙한 손놀림은 필요치 않아요.
이미 깊은 곳과 얕은 곳을 수 없이 구분한 이력으로


고작 다다를 수 있는 수심은 수면에서 바라다볼 수 있는 일.


언젠가 너의 발가락에 무광의 색을 덧입히던 날.


종이에서 벗어난 곳은 무감각이 사는 동네.
아세톤 냄새가 불발로 남겨진 방에서


예컨데 문장에서 색이 떠오르는 건


무해했던 너를 떠올리는 일처럼,
접혀져 있던 너를





부드럽게 직조된 우울입니다. 적적


접힌 문장의 흔적 무화








삶은 우둘투둘한 황목 켄트지 위에서 펼쳐집니다.

나와 타인을 가르는 조심스러운 고랑이 곳곳에 있는 광야같은 곳.

물 조절은 유연하지 않고 세심하지 못할수도 있어요.

어둡게, 탁하게 표현될수도 있죠.

단 한 번의 붓질로 끝나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색들은 거친 종이 위에서 오래 머물며 삶을 지루하게 만들고,

뜻하지 않은 흔적을 남기기도 하지만

때때로 극적인 하루를 선물해주기도 해요.


이를테면,

당신의 문장에서 불가해한 나를 만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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