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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린 Jul 15. 2024

캣휠, 살까? 말까?

성공률은 50%

2023년 11월 20일은 순금이의 돌이었다. 돌잔치까진 못 해 주더라도 선물만은 좋은 걸 주고 싶었다. 워낙 밤낮을 우다다 뛰어다니는 고양이라 캣휠을 고민했다. 다만, 캣휠을 사 주었더니 안 타는 고양이가 많다는 말 때문에 좀 망설였던 것 같다. 거기다 가격이 좀 천차만별인데 싼 건 소리가 난단다. 중고는 쓰던 고양이의 털 문제 때문에 안 될 거 같았다. 결국 지른 나름 고가의 캣휠!


캣휠은 3주 후 도착했고, 기사님 두 분이 완제품을 들고 와 상단과 측면 스크래쳐만 붙여 주었다. 그 와중에 순금이는 기사님들 냄새를 맡고 다니며 캣휠에 관심을 가졌다. 그 모습을 본 기사님 중 한 분이 떠나기 전 이런 말을 남겼다.


“고양이가 아주 활발하네요. 캣휠 아주 잘 타겠어요!”


기사님들이 떠나자마자 5분쯤 되었을까? 순금이가 냉큼 캣휠에 올라타 걷기 시작했다. 옆에 스크래쳐도 긁고 상단에 올라가 보기도 했다. 대성공이었다. 구매 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순금이는 매일 캣휠에 오른다. 칭찬해 주면 더 잘 타니 이미 본전을 찾은 지 오래되었다.

이렇게 선물 구매가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다.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다. 회사 일로 간 행사장에서 아이들용 드론 장난감이 눈에 들어왔다. 반짝반짝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순금이가 저거 보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내가 내 딸을 잘 안다는 오만을 떨며, 너무 시끄럽지 않겠냐는 직장 동료의 만류에도 사 왔더랬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드론이 날아오르자마자 순금이는 몸을 납작 수그렸고, 마징가 귀가 되었다. 재밌어하기는커녕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순금이가 청소기 소리를 무서워해 청소기만 돌리면 도망 다니는 게 떠올랐다. 이번엔 참혹한 실패였다.


어제 행사장에서 부모들이 이제 막 걸음마 뗀 아이들한테 ‘이 책 사면 잘 볼 거야?’하며 묻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 그때는 ‘꼭 물어보고 사야 하는 건가?’ 했지만, 그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어제 산 분홍색 드론은 당근을 하든, 혼자 놀이터 가서 가지고 놀든 해야겠다.

“엄마, 아직도 내 취향을 모르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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