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금이는 24시간이 모자라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후로 꽤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고양이도 산책하나요?”
그럼 나는 읽고 들은 내용을 말한다.
“고양이는 산책을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낯선 공간과 환경을 무서워하거든요. 영역 동물이라, 수시로 자기 영역을 확인해야 하기도 하고요. 고양이의 1순위는 자기의 안전이라 자신의 공간을 소중히 여기나 봐요.”
이렇게 말하면 거의 모두의 반응은 ‘처음 알았다, 그랬구나’였다. 그러다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고양이는 정말 멋진 동물이네요. 자기 영역을 항상 지키려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이 말에 나는 좀 놀랐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고양이의 특성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 말을 들으니 순금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옷장 위를 수시로 올라가서 방 안을 살펴보는 이유, 환기시킬 때 창 밖을 고개를 돌려가며 살피는 이유, 하다 하다 전자레인지 위에도(안으로 들어가는 건 어떻게든 막는다) 들어가 확인하는 이유, 밤이면 내가 누운 침대를 맴도는 이유가 모두 자신의 영역이기 때문인 것이다.
바로 어제 새벽, 순금이가 드디어 싱크대에서 냉장고까지 점프했다. 냉장고에서 상부장(위에게 뚫린 타입)까지도 올랐다. 순금이는 기쁨의 세레머니를 하느라 울어 댔다. 일요일임에도 5시 기상한 나는 ‘저기까지 오르다니 내려올 때 관절 어쩌지?’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러다 든 생각은 ‘내 새끼는 역시 대단해!’였다.
순금이가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스스로를 질타하게 되었다. 나쁘지 않은 직장, 안락한 집(비록 베란다에 누수가 있어 비 오는 날 좀 우울하지만...), 적당한 대인 관계 등 내 영역은 한정된 지 좀 오래되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오늘의 결론: 내 딸은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