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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린 Jul 01. 2024

순금이의 언어

야옹 = ?

내 고양이는 말이 많다. 새벽부터 밤까지 “야옹”이라는 한 단어를 하루에 수십, 아니 수백 번 말한다. 처음 순금이를 데려왔을 땐 ‘야옹’의 의미가 궁금해 책도 읽어 보고, 유튜브에서 수의사 채널에 질문도 올렸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모두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의미일 수도 있고, 저런 의미일 수도 있다.’


1년 넘게 순금이랑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순금이의 언어를 알아듣는 중이다. 내가 늦게 귀가하는 날의 ‘야옹!’은 아주 날카롭다. 아마 ‘엄마, 왜 이제 와!’일 것이다. 벽을 보며 외치는 ‘야옹’은 조금 공포다. 대부분 벌레가 있을 때였기에….


하지만 순금이 ‘야옹’의 90프로는 하나의 의미로 파악된다. 바로 ‘놀자’이다. 울 때 낚싯대만 흔들어 주면 내 딸은 거의 날아다닌다. 엉덩이까지 부들거리면서 말이다. 하루 3번씩 사냥놀이를 해도 맹수인 내 딸은 언제나 사냥놀이만 기다린다.


나 역시 순금이에게 많은 말을 한다. 아침에 눈 뜨면 ‘잘 잤어?’를 묻고, 출근 전에는 ‘엄마 사냥 다녀올게.’라고 작별 인사도 한다. 집에 돌아와서도, 또 자기 직전까지 나는 순금이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오직 ‘야옹’뿐이라도 말이다.


만약 순금이가 사람 말을 딱 한마디만 할 수 있게 된다면, 내가 수도 없이 할 수 있는 ‘사랑해, 고마워, 보고 싶었어.’ 대신 ‘나 아파.’이길 바란다. 아니다, 지금처럼 사람 말을 한마디도 못 해도 좋다. 얼마든지 날 물어뜯고 할퀴어도 되니, 그저 아프면 아프다는 걸 표현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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