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2022년 하반기, 슈퍼 오지라퍼인 나는 직장동료들에게 내년 버킷리스트를 짰냐는 질문을 하고 다녔다. 나는 이미 2023년의 목표를 몇 개 세워 두었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남들의 목표도 알고 싶었다. 대다수는 없다고 했고 누군가는 영어 공부, 누군가는 이직 같은 거였다. 그리고 나에게 사람들이 되물을 때, 나는 답변으로 항상 가장 먼저 이걸 말했다.
“내년엔 꼭 고양이를 키울 거예요!”
나는 계획은 웬만하면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특히 이 계획을 누군가에게 말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행히 운명처럼 며칠 뒤, 언니에게 반가운 메시지를 한 통 받았다.
“너 고양이 키우고 싶댔지?”
언니 친구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언니에게 키울 생각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곧바로 언니가 보내 준 사진 속엔 내 운명의 고양이가 있었다. 얼굴은 젖소처럼 생겼지만, 뒤통수와 몸통엔 갈색의 무늬도 있는 반전의 삼색이 고양이였다.
나는 고양이의 사진을 보자마자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으며, 아이의 이름 또한 단박에 튀어나왔다. 바로 ‘무무’였다. 무무는 영어에서 소 울음소리 의성어인 ‘Moo-moo’가 떠올라 지은 이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며칠 뒤 함께 살게 되었다. 우리 집에 온 첫날 저녁까지 무무는 낯을 좀 가렸으나 밤이 되자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어뜯으며 적응을 마쳤다.
냥생 2개월 반, 750그램의 몸무게의 무무는 항상 내 무릎에서 잤고, 건식보단 습식 사료를 잘 먹었으며, 간식으론 츄르보단 트릿을 선호하며 무럭무럭 자라 갔다. 눈 색깔도 파란색에서 초록색으로, 초록색에서 금색으로 변하며, 무무가 거의 성묘가 되었을 무렵부터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무무’를 한자로 쓰면 ‘無無‘로 ’없을 무’를 두 번 쓰게 된다. 내 걱정은 하나였다.
“이름처럼 무무가 사라지면 어쩌지?“
당시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온통 무무였지만, 가장 큰 이슈는 이름이 아니었을까 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