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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린 Jun 01. 2024

너의 이름은 (2)

100년 쓸 이름

여기서 사용하는 내 이름 ‘경린’은 필명이다. 10년 전인 이십 대 중반 무렵, 단편집에 글이 한 편 실리게 되면서 지은 필명이다. 진짜 이름은 한글 이름으로 내 또래에서는 매우 흔한 편이다. 필명은 나름 작명소에서 돈 들여 지은 이름인데, 듣자 마자는 세련된 이름은 아니라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작명소 아저씨의 “이 이름을 써야 사십 대 이후에 사주를 안 봐도 될 만큼 일이 잘 풀린다”는 말에 혹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추후에 자세히 해 보겠다.


아무튼 지난번에 이어 무무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귀엽기만 하던 ‘무무’란 이름이 ‘無無’로 인식되자마자, 안 되겠단 마음에 개명을 결정했다. 때는 작년인 2023년 11월 초로 무무의 돌인 11월 20일이 얼마 안 남은 때였다. 심지어 돌선물로 조금 이르게 산 캣휠에 ‘mumu 221120’이란 떼지 못하는 스티커까지 붙어 있는 상태였으나 나는 작명에 돌입했다.


첫 단서를 얻은 건 다음 날 새벽이었다. 거의 매일 새벽 3시나 4시에 무무는 식사,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를 한 후 나를 깨운다. 바로 “냐~~옹! 냐~~옹!” 울면서 말이다. 처음엔 놀라서 뛰어나갔던 기억이 있다. 내가 가면 우다다 도망가곤 하는 장난꾸러기인 걸 깨달은 후론 최대한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버티는데 개명을 결정한 다음 날에 문득 무무에게 이렇게 말했다.


“해도 안 떴잖아! 엄마 더 잘…. 해? 써니?”


그렇다. 밝은 해가 뜨면 눈이 부셔 잠이 깨는 것처럼, 순금이도 나를 새벽마다 깨우니 ‘써니’라는 이름이 떠오른 것이다. 이것인가 하고 무무에게 ‘써니’ 하고 직접 불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왠지 입에 착착 붙지 않아 유보되고 만다.


그다음은 눈동자 색깔인 ‘골드’였다. 몇몇 종을 뺀 고양이들은 눈동자색이 바뀌는데 무무 역시 파랑에서 초록, 금색 순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종종 금덩어리, 금붙이, 보물 등을 별명으로 부르곤 했다(지금도 즐겨 부른다). 유감스럽게도 ‘골드’든 ‘황금’이든 이 역시 입에 붙진 않았다.


연습장 가득 이름을 써 보다 두 개를 합쳐 보았다. 그렇다. 그래서 탄생한 이름이 ‘Sun’+‘금’, 즉 순금이 된 것이다. 처음엔 조금 촌스러운가 생각했지만 자꾸 부르다 보니 입에 착 감기게 되었다. 다행히 구 무무였고 현 순금이가 된 우리 아가 역시 “순금이!” 하고 부르면 우다다 달려왔다.


나는 비록 ‘경린’이란 이름을 잘 쓸 일이 없어 사십 대에 잘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순금이는 이렇게 자주 불리고 글에 담기고, 그림에 그려져서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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