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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푸치노 Aug 02. 2021

일을 잘한다는 것

기술이 강조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업은 이제 기술이 한계효용에 다다랐다. 핸드폰은 크기 경쟁, 속도 경쟁, 화질 경쟁 등을 거쳤지만, 요즘 이십 대들은 그냥 이뻐서 아이폰을 사용한다. 이제는 기술이 우위가 아니라 감각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효용의 시대가 가고 의미의 시대가 왔다.


앞으로는 기술이 아닌 영역에서 능력을 향상해야 하는데 그 능력을 이 책에서는 감각이라고 정의한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는 기술이 논리와 분석에 가깝다면, 감각은 직감과 통합에 가까울 듯하다. 


이 책의 제목은 '일을 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한다. 일은 취미와는 다르다. 똑같이 정원을 가꾸지만 돈을 받지 않고 자기 집의 정원을 가꾸면 취미가 되고 돈을 받고 다른 집의 정원을 가꾸면 일이 된다. 일에는 필수적으로 고객이 존재한다. 고객은 외부 고객일 수도 있고 내부 고객일 수도 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고객이나 상사, 동료에게 '이 사람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 싶은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의지할 만한 사람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사람으로 큰 조직에서 일하더라도 자신이 어느 지점, 어느 단계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줄 안다. 또한 전략적인 사람이다. 열심히 일하기보다 전략을 짜가며 일의 전체 구도를 파악한다. 열정적인 사람이다. 시켜서 일하기보다 필요에 의해서 스스로 움직인다. 화력이 자기에게 있는 사람이다. 메타 인지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과 조직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 시마다 신스케는 후배들에게 '노력하지 마라'라고 얘기한다. 예능인으로서 일류가 되고 싶다면 개인기나 개그 연습에만 열중하는 쉬운 노력만 하지 말고, 한 수 높은 단계의 노력, 전략을 세우는 노력을 먼저 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재능, 외모를 파악하여 어느 포지션을 노릴지 자신만의 강점을 연마하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유명 남자 예능인 중에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김구라 등이 있다. 모두 한자리하는 예능인들이지만 저마다 추구하는 예능 스타일이 다른다. 이들 중에 자신의 장점이나 외모 등을 판단했을 때 어느 분양의 예능이 적합한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롤모델 예능인을 정하고 그를 잘 관찰하는 것이다. 그가 메모하는 방법, 대화 상대에게 질문하는 방식, 회의를 이끄는 법, 식사 습관, 가방 속에 무엇이 있는지 등, 그의 전체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나마 가장 손쉽고 빠르게 감각을 익히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정기적으로 역량과 성과를 평가한다. 이 일이 여러 회사일 중 가장 예민하고 어려운 일이다. 리더들이 어렵게 평가하지만 평가를 받는 사람들은 '평가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말 잘 듣는 사람에게 상위 평가가 가는 것 같다'라는 불만들이 많다. 그래서 여러 가지 객관적인 지표들을 마련하기도 하고, 동료 평가 항목들을 추가해보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리더들도 혼자서 하기보다 여러 명의 리더가 함께 논의하며 평가를 진행하곤 하는데,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없어도 암묵적으로 누가 일을 잘하는지 얘기해보면 대부분은 의견이 일치가 된다. 거의 예외가 없다. 물론 줄 세우기는 좀 더 예민해서 쉽지 않지만, 적어도 일을 잘하는 사람과 그저 그런 사람으로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얼 보고 그렇게 판단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느낌으로는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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