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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푸치노 Aug 02. 2021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 글쓰기의 차이점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한 지 20년쯤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내게 일기의 확장판 같은 거였다. 일기를 쓰고, 책 리뷰를 쓰고, 재미있게 본 영화나 맘에 드는 시를 스크랩하고, 아들의 사진과 성장 과정, 어린 아들과 주고받은 대화들도 적었다. 누군가 봐도 상관없지만, 굳이 누가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아무나 쓸 수 있는 블로그에 비해 브런치는 나름의 심사를 거친 사람만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뭔가 특별해 보였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는 별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나름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장소라고 생각하니, 고급스럽다는 느낌도 들었고, 글의 프레임도 멋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브런치 북이나 매거진을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이 멋진 아이디어였다. 


내게는 '내 이름으로 된 책 내기'라는 오래된 목표가 있다. 회사에 입사해서 한 달간의 합숙생활의 마지막쯤, 10년 후의 목표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남들이 어떤 목표를 얘기했는지, 내게 어떤 다른 목표가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하게 기억나는 나의 목표 한 가지는 언젠가 한 권이라도 책을 내고 싶다는 거였다. 한동안 내가 그런 목표를 가졌다는 것조차 잊고 살았다. 그러다 몇 년 전에야 오래된 그 목표가 생각났는데, 그때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뛰는 너무 멋진 목표였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어쩌면 내 꿈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브런치 북을 만들고, 그런 브런치 북을 몇 개 모으면 바로 책이 될 수 있는 거였다! 여전히 내가 쓴 책이 누군가에게 과연 읽히기나 할지 자신 없지만, 일단 나의 목표는 책을 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글을 쓸 때와 브런치 글은 조금 달라져야 할 것 같았다. 


블로그는 그냥 일기처럼 그때그때 내 관심사에 따라 내 맘대로 글을 올리면 되었다. 그러나, 브런치에서 글을 쓰다 보니 각기 분리된 글이 아니라 하나의 큰 주제 안에 연결될 수 있는 글을 써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 것이다.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그러면서 정말 내가 작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쓰는 책 리뷰도 전에는 그냥 한 권의 책을 읽은 후의 리뷰였다면 브런치에서는 관련 있는 주제들을 묶어서 책 리뷰를 쓰면 후에 그것들을 모아 브런치 북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저, 글을 쓰는 플랫폼을 바꾼 것만으로도 취미에서 한 단계 더 꿈에 다가가는 느낌이랄까.


물론 아직은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고, 지금은 병가 중이라서 그나마 시간이 좀 있어서 글을 좀 쓸 수 있지만 다시 회사로 복귀한 후에는 매일 글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찌 되었든, 죽기 전에라도 한 권의 책을 내겠다는 내 목표가 브런치 덕분에 좀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오늘도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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