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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푸치노 Dec 18. 2021

비상심非常心: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의 크기 넓히기

회사 생활이 힘든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인간관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가 아닌 곳에서는 나와 맞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안 만나면 되는데, 회사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학교처럼 몇 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헤어질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악연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음에 더 답답해진다. 부부 사이에서도 다른 것은 괜찮은데, 배우자의 어느 부분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비상금非常金은 만약의 순간에 대비하여 평상시에 비축해 놓는 돈을 말한다. 비상금이 많으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도 대처할 수 있으리라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비상금처럼 우리 마음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날 때를 대비하는 비상심非常心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규 분포의 중앙에 있어 서로 다름에도 그럭저럭 어울려 살기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간혹 우리는 정규 분포의 양 극단에 위치해 있거나 outlier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이 상사일 수도 있고 내 바로 위 선배나 후배일 수도 있다. 이들과의 관계는 힘들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이럴 사람들을 만날 때를 대비해 우리의 비상심을 가동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여유를 갖는 것이다. 자꾸 저 사람은 왜 저럴까만 생각하다 보면 해결이 나지 않는다. 그냥 저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혼초에 남편과 다투었던 건 주로 운전 때문이었다. 결혼 전에 자차 소유자였던 나에 비해 남편은 운전면허도 없었다. 내 닦달 때문에 결혼 후에 운전면허를 따긴 했지만 남편은 여전히 운전하는 걸 싫어했다. 내가 임신한 기간에는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더니 출산 이후에는 도로 내게 운전대를 맡겼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남자가 주로 운전을 한다. 그런데, 남편은 운전을 안 하려고 했고 몇 년의 운전 경력이 있던 나에 비해 남편의 운전 실력은 내가 보기에 불안했다. 그러다 보니 계속 내가 운전을 하게 됐다. 나는 운전하기를 싫어하고 운전을 잘 못하는 남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것 때문에 주로 부부 싸움이 발생했다. 운전 문제에 있어서는 남편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사람이었다. 결국, 이 문제는 내가 남편을 이해하기로 결정하면서 해결되었다. 여전히 남편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비상심을 가동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다.


비상금을 어떻게 비축할지는 대략은 알고 있다. 그런데, 비상심은 어떻게 해야 생기는 것일까. 우선은 비상심을 넓히겠다고 마음먹는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그런 사람이 내 상사, 동료, 혹은 내 이웃, 내 배우자의 어느 부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미리 마음의 여유를 갖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우리 안에 비상심이 많으면 어떤 사람을 만나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폭이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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