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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푸치노 Dec 14. 2021

다양성 포용도 최하위 나라에서 성소수자 이웃 이해하기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비대면 교회 조모임에서였다. 처음에는 귀엽고 잘생긴 남자인 줄만 알았다. 말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여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다 며칠 전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에서 그녀를 만났고, 그녀에게 직접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솔직히 놀랐다. 영화나 TV에서만 보고 들었던 성소수자를 직접 만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그녀의 당당함과 솔직함 때문에 말이다.


그녀를 임신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세 번이나 의사에게서 뱃속에 있는 아이의 성별이 남자라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의 놀라움은 오죽했을까. 자라는 내내 그녀는 남자아이의 특성과 정확하게 일치되는 행동을 보였다. 스무 살이 넘어 연애를 하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이 남자와의 스킨십을 싫어한다는 것을 통해 그녀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상황을 알게 된 직장 동료들이 그녀를 따돌리기 시작하면서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오래전 한 책을 통해 성소수자들이 일종의 아픈 사람이라고 이해하게 됐다. 그들이 문란해서 성소수자가 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성소수자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만나고 난 후 내 마음이 궁금했다. "나는 성소수자를 이해해, 하지만 내 친구나 이웃으로는 싫어." 혹시나 내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 이제껏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혹시나 겉으로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뭔지 모르게 꺼림칙해하는 건 아닌지 염려되었다. 다행히 그녀의 성 정체성을 알기 전과 후의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활달하고, 센스 있고, 배려심 많고, 몇 달 전에 하나님을 만난 후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신실하고 멋진 사람이었다. 그녀의 어느 대목에서 내가 그녀를 비난하거나 꺼림칙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걸까.


2018년 영국 BBC 방송에서 발표한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다양성 포용도는 조사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굳이 이런 객관적인 지표를 들어대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서로 다른 정치성향, 종교, 장애인, 혼혈인에 대한 포용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부터 뉴질랜드 이민자인 Joy Kim의 유튜브 채널을 자주 보고 있다. 오십 대의 나이에 그녀가 두 아들을 데리고 뉴질랜드 이민행을 택한 것은 싱글맘인 자신을 향한, 장애아인 둘째 아들에 대한 사람들의 배타적인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늘 밝게 웃으며 씩씩하게 잘 지내는 그녀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그녀를 타지로 내몬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10년 전에 workshop 참석차 미국 뉴욕에 있는 IBM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잠시 시간이 나서 회사 건물 내부를 둘러보다가 흥미로운 게시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GLBT 게시판이었다. GLBT가 뭐냐고? Gay, Lesbian, Bisexual, Transgender의 약자였다. 깜짝 놀랐다. GLBT라는 게시판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곳에 버젓이 관련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것도 말이다. 그들도 이런 문화를 정착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왔을 것이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면 내가 만난 그녀도 굳이 직장 생활을 그만둘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왜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성 정체성이 다르게 태어나는지 아직은 제대로 알려진 게 없다. 가장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고 힘든 것은 그들이다. 그런 그들을 우리가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할망정 배척하고 따돌릴 이유는 없다. 우리 사회도 이제 그저 나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리고 배척하지 않는, 다양성에 대한 포용도가 높아지는 사회가 되어가길 바라본다. 지금의 나는 그녀의 성 정체성을 전혀 개의치 않고 편하게 대하는 것으로 그런 사회로의 걸음에 동참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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