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푸치노 Jul 24. 2021

이 책 읽고 주 40시간만 일하기로 작정했다.

초생산성을 읽고

마이클 하야트


가끔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나는 티끌만큼이라도 달라진 점이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내 삶은 조금이라도 변화되었는가? 아주 오래전 폴 트루니에의 "모험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책을 읽고 6개월 정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 선교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다. 한 권의 책이 불러일으킨 내 생애 최대치의 변화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주 52시간 일하던 삶에서 주 40시간만 일하면서도 동일한 성과를 내는 변화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일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마치 욕조안에 들어간 고래처럼 일이 자기 스케줄의 중심을 떡하니 차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인생의 다른 모든 것을 남은 시간에 욱여넣으려고 한다. 내 생각에는 거꾸로 된 것 같다. 인생을 먼저 설계한 후, 인생 목표에 부합하도록 일을 맞춰야 한다."

회사 생활 26년 동안 내 삶은 일 중심으로 돌아갔다. 일이 내 삶의 정중앙에 가장 큰 동그라미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 가족, 건강, 취미 등이 있었다. 월급을 받는 한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임원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갖지는 않았어도 회사 내에서 나름의 입지를 다지고 월급 루팡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주 52시간 규제가 오히려 고마웠다. 그리고 솔직하게 눈치성 잔업도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눈치 봐야 하는 대상이 상사만은 아니다. 후배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나만 먼저 자리를 뜨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 장시간 근무가 100% 원인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지금 나는 허리디스크로 병가 중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병가 후에 또다시 오랜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게 되면 허리 디스크가 다시 악화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회사를 그만두는 대신 생산성을 끌어올려 근무 시간을 줄여보는 데 도전해보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럼 그동안 거의 주 52시간을 일하던 내가 어떻게 하면 주 40시간만 일하면서도 동일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내 업무 중 생산성을 갉아먹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진단해봐야 한다. 여러 가지 잡일들이 내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위임해도 될 일을 끌어안고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무래도 '쉬운 일로 달아나는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일을 하다 어려운 부분을 맞닥뜨리면 한결 재미있는 일을 하며 뇌를 쉬게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어떤 일들(서류 작성 등)은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과 같다. 반면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과 같은 일들(이메일 확인 등)도 있다. 오르막길 활동은 대체로 결과를 생산하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다. 하지만 내리막길 활동은 우리에게 보다 적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사람들이 가짜 일에 빠져드는 이유다. 더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의 중력에 이끌리듯 가짜 일에 끌린다. 그러나 오르막길 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내리막길 활동 때문에 산만해져 버리면 막대한 생산성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맞는 말이다. 오르막길 업무를 하다 보면 내리막길 일을 하며 쉬고 싶은 욕구에 자주 지곤 한다. 힘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좀 쉬고 저녁 시간에 해야지, 평일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많고 전화도 자주 오니 주말에 출근해서 일해야지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무 시간은 증가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전략으로 집중력 앱 사용하기, 적절한 음악 듣기, 작업 공간 변화주기, 작업 공간 정리하기, 욕구 좌절 내성 키우기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크게 와닿는 해법들은 아니다. 내가 나름 내 상황에 맞게 생각해본 해법들은 1. 오르막길 일에 마감시간 설정하기, 2. 생각을 요하는 일은 근무 시간이 아니라 퇴근 후 걷기 시간 활용하기, 3. 방해 금지 푯말 이용하기 등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에 벼락공부의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미리부터 시험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시험일이 다가오기 전까지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다 시험 전날이 되면 어디선가 초인적인 능력이 솟아나 평상시 대비 집중도가 늘어나는 경험 말이다. 회사 생활에서도 비슷하다. 보고서는 마감일 직전에야 완료되고, 발표 자료도 발표 직전까지 계속해서 수정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오르막 길일에는 나름의 마감 시간을 정해 놓는 게 꼭 필요하다.


또한 오르막길 일에 해당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거나, 발표 자료를 작성한다거나, 뭔가를 정리하라는 숙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실제 자료를 만드는 시간보다도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데 압도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글을 쓸 데도 실제로 자리에 앉아 타이핑하는 시간보다 글의 제목은 뭘로 할지, 도입부에 어떤 내용을 넣을지, 결론을 어떻게 지을지 등을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경험에 의하면 생각할 때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보다 걷는 게 훨씬 유리하다. 게다가 나는 걷는 걸 좋아하고, 올바른 자세로 걷는 것은 허리 건강에도 아주 좋은 처방이다. 퇴근 후 산책 시간에 오르막길 일에 대해 구상해 보도록 해봐야겠다.


또 하나는 방해 금지 푯말을 세워두는 것이다. 자리 앞에 방해 금지 푯말을 세워두고, 전화도 끊고, 메신저 알람 설정도 끄고 오르막길 업무에서의 집중력을 최대한 활용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적고 보니 과연 내가 잘 실행해낼 수 있을지 급격히 자신감이 사라진다. 오랜 시간 일해봤으니 잘 알잖아. 쉽지 않다는 걸..


"용기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가치나 원칙을 위해 기꺼이 행동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진정한 용기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다음 금융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꼭봐야 할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