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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푸치노 Nov 27. 2022

5개월째 매일 30층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배우 유해진 씨는 달리기로 아침을 시작한다. '삼시세끼'에서도 그랬고, '스페인 하숙'에서도 그랬고, '텐트 밖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장소에 상관하지 않고 아침이면 늘 달리기를 했다. 예능이라서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예능이라고 굳이 달리기를 쉬지 않는 거였다. 그는 '삼시세끼'에 출연하면서 제작진에게 한 가지 요청을 했는데, 매일 아침 뛸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오랜 무명 생활을 견뎌내고 요즘처럼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비결 중에 그의 꾸준한 달리기 습관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싶다.  


올해 7월, 갱년기로 인해 날마다 체중이 늘어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삶의 무기력을 느끼며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뭔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지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아침 한 시간 걷기와 30층 계단을 오르는 것이었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기상 시간을 한 시간 20분이나 앞당기는 것도, 30층 계단을 오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딱 두 달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해보니 효과가 좋은 것 같아 두 달 정도 더해보자 하다가 지금은 5개월째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30층까지 오르면서 네 번 정도 쉬었다. 8층 정도만 올라도 숨이 가빠서 한동안 쉬어야만 했고, 총 네 번은 쉬어야만 30층까지 오를 수 있었다. 휴대전화로 심장박동을 측정하면 평상시 80쯤 하던 심장 박동 수가 30층에 오르면 190까지 오르기도 했다. 입안이 마르고 심장이 터질듯한 느낌이었다. 7월이었으니 온 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30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가 사는 12층에 내려오는 동안에도 가파른 숨은 진정되지 않았다.


그렇게 꾸준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지 2주쯤 되자 쉬지 않고 한 번에 30층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190까지 오르던 심장 박동수도 점점 감소해서 150 정도에서 안정화되었다. 그럼에도 날마다 465개의 계단을 오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30층까지 가지 않고 12층에 있는 집으로 직행하고 싶은 유혹에 여러 번 흔들렸다. 그럼에도 계단 오르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일 반가운 효과는 허리 통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나는 십 년 전에 두 번의  허리 수술을 받았고, 그로 인해 허리 디스크 한 개는 인공뼈로 대체된 상태이다. 대략 1년에 2/3는 크고 작은 통증으로 아픈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 작년 여름에도 한 달 반 정도 병가를 내고 회사를 쉬기도 했었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고 한 달쯤 후부터 허리 통증이 감소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항상 처방받은 진통제를 챙기고 다니면서 통증이 있을 때마다 복용하곤 했는데, 어는 순간엔가 내가 진통제를 복용하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사에서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서 습관적으로 내뱉던, "아이고, 허리야"라는 말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마사지를 하러 갔더니, 마사지해주시는 분이 한마디 하신다.

"하체가 정말 좋으시네요. 보통 여자분들은 나이 50이 넘으면 하체부터 근육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고객님은 아직 탄탄하시네요. 운동을 많이 하시나 봐요"

이 말을 듣고 나서, 4개월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던 계단 오르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30층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오를 수 있게 되자 뭔가 나만의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듯한 기분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6층 높이 사무실도 어쩌다 걸어 올라가게 되면, 너무 숨이 차고 힘들었다. 젊을 때와 확연히 차이나는 체력 저하에 슬픈 마음이 들곤했었다. 이제는 30층을 올라도 그렇게 힘들다는 느낌이 없다니.. 꾸준한 운동으로 달라진 몸의 변화가 참 신기하고 뿌듯했다.


그리고, 요즘 어딜 가도 얼굴 좋아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얼굴색이 밝아지고 피부톤이 좋아졌다고들 한다. 글쎄, 계단 오르기의 효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외에는 달라진 게 없어서 그것 때문이지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아침마다 땀을 충분히 흘려서 노폐물들이 잘 배출돼서 그런 건 아닐까.


게다가 아침 운동을 하게 되니 내가 삶에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느낌도 있다. 매일 같이 출근 시간에 늦지 않을 정도로 느지막하게 일어나 바쁘게 집안을 빠져나오던 삶에서 여유를 갖고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계단을 오르고 있다고 얘기하면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무릎은 괜찮아?"


계단을 오르는 일이 아무래도 무릎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보니 무릎에 영향이 없는 건 아니다. 왼쪽 무릎은 아무렇지 않은데, 몇 년 전에 넘어져서 인대 접합 수술을 한 적이 있는 오른쪽 무릎은 통증이 심한 건 아니지만 걸을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병원에 가보니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니 운동을 그만두지는 말라고 했다. 요즘은 무릎에 효과 있다는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큰 불편은 없는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5개월간 이어오던 계단 오르기가 가을을 거쳐 겨울에 접어들면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해 뜨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점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여름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걷고 계단 오르기를 했는데, 11월에 접어들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빠지게 되었고, 점점 거르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아침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운동을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한다면 몇십 년 후의 나는 이때의 결정을 무척 고마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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