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과연 상업적 코드를 가진 이야기란 무엇일까?

1장의 8번째 이야기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어낼 때

by 기린아놀자


웹툰이나 소설 등 원작이 있는 작품에 대한 드라마 제의만 받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작업을 소개받았다.

이미 다른 작가님께서 원고료를 받고 1년 정도 진행 한 작업이었는데, 잘 안되어서 다른 작가를 구한다고

했는데... (아.. 이런 프로젝트의 경우 이유가 있다.. + 나에겐 역시 이런 일이 오는구나 ㅠ_ㅠ )

그간 경험상, 다른 작가님께서 진행하던 작품을 이어받아서 하는 게,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거절하려 했는데.. 실화가 평소 드라마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감동적인 이야기라

욕심도 살짝 생겼다.

이미 독립영화 1편을 감독한 연출님도 정해져 있었다. (이 독립영화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



대표님과 만남을 갖기 전에

나의 이력서와 습작 시나리오를 보길 원해서 보내드렸고.

기존에 준비했던 드라마의 기획안을 보내 주셔서 읽고 만남을 가졌다.


기획안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명확했다.

실화 자체가 따스하고 감동적인.. 욕심을 더 내면 힐링 드라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 기획안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실화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은 당연하고,

실화의 주인공은 나이가 많은 노부부이기에

드라마 속 주인공은 그들의 아들이나 혹인 젊은 인물인 것도 좋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실화의 감동은 없고, 이 실화를 바탕으로 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지?

이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할 필요도 없고

이 실화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방향을 잃은 기획안이었다.

왜 억지로.. 재미를 위한 갈등을.. 신선하지 않게 계속 보여줘야 하는 걸까?

이게 과연 감동과 힐링을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처음 이 실화를 알게 되어서 드라마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이유.

그럼 어떤 이야기로 전개해야 할지 정리를 했다.

그리고 대표님과 심도 싶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표님의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꽤 더운 날이었다. 역에서 카페가 10분 정도 거리였는데, 그 정도를 걷는 것만으로도

땀이 흠뻑 흐를 정도였다. 그런데 대표님은 내가 앉아서 숨을 돌리기도 전에

이미 시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갖고 와서

나의 습작 작품에 대한 코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성격이 참으로 급하신 분이었다.

내가 쓴 이야기에 대한 비평을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었지만

내 작품이 부족하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셨나 보다.. 하는 생각에 메모하면서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메모는 왜 했지 싶다)

대표님은 나의 호응에 신나신 듯 계속 코멘트를 했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말들을 다 들었는데..

나에게 해주는 이 코멘트가 과연 도움이 되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어쨌든, 땀이 좀 마르고 카페의 에어컨 바람이 춥게 느껴지고

거의 마시지 않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녹아서 밍밍해졌을 즈음..


나에게 물었다.

" 그래서, 기획안 봤죠. 재밌게 잘 쓸 수 있겠어요?"

" 네. 그런데 이 기획안이 이전에 준비하시던 작가님이 쓰신 건가요?"

"아뇨 그건 제가 쓴 겁니다"

"네? 작가님이 계시다고 들었는데.."

"그렇긴 한데 마음에 안 들어서 제가 썼어요. 제가 원하는 대로 안 나와서"


아....

에라 모르겠다.

솔직히 다 말해야지.

대표님이 준 기획안도 뛰어난 건 아니잖아!!!




개인적인 생각인데,

원작이 있건 없건, 실화를 바탕으로 했건 하지 않았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향성. 콘셉트이나 주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 내가! 재밌다고 생각해야 글이 더 재밌게 나온다고 본다.

글을 쓰는 사람이 '이건 재미없는데' '이건 아닌데..' 하는 의심이 들면 재밌는 글이 나올 수 없다.

나 같은 경우엔,

내가 재미없다고 생각해도 그들이 원하는 쪽으로 쓰긴 쓰지만 '억지로' 쓰게 되기 때문에

나중에 결과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이런 게 나만 그런지.. 고민되어 다른 작가님들과도 이런 얘기를 해 봤는데

대부분 나와 비슷했다.

억지로 쓰면 글에 다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방향성에 작가도 같은 생각으로 작업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이게 잘 맞는 제작사 혹은 대표님과 작업을 하는 걸 추천한다.


아쉽게도,

이번 작업은 대표와 나의 생각은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게다가 대표는 이미 1년 동안 작업을 했고

본인이 생각한 방향성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조금도 나의 생각을 듣지 않았다.

답답했다.

아 이렇게 얘기를 듣지 않는 대표님도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실화에서 노부부가 한 감동적인 사연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것에 대해

이런 방향성을 왜 해야 하냐고 물었는데.. 대표님은 딱 한마디로 말했다.

"이게 상업적인 이야기니까요."



아.. 상업적.....

나를 늘 괴롭히던 그것.

과연 상업적인 이야기가 무엇이란 말인가?

글을 쓰는 누구나 이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상업적인 글쓰기와 나의 이야기... 그것에 대한 끝없는 고민..

정답 없는 고민..

이럴 때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쓰는 글이 상업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대표님은 그렇다고 다른 작가를 구한다는 게 막막했는지, 나에게 그럼 연출과 함께 이야기를 해보고

연출이랑 뜻이 맞았으면 하니까.. 연출이랑 만나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고 일주일 후에 연출을 만났다.


다행이었던 건 연출과 나의 방향성이 잘 맞았다.

노부부를 중심으로.. 그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매 회마다 보여주면서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가는 이 주인공 가족, 혹은 우리가 새로 창조한 캐릭터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

그리고 힐링, 감동으로 갖고 가고 재개발 이런 설정은 빼자는 것.

대표님 표정은 좋지 않았는데

나에게 얘기할 때처럼 막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진 않았다. 연출님 때문이었던가..



하지만 연출님과의 만남이 끝나고 나서

연출님과 맞춰서 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다시 나에게 대표님은 본래의 기획안을 살려서 해야 한다는 권유를 가장한 강압을 했다.

결국 그래서 일을 하지 않았다.




덧,

대표님은 나에게 작가.. 계약료를 주지 않고 우선 써주길 바랐다.

이전 작가한테 돈을 써서 지금 사정이 어렵다고.. 돈 얘기를 할 땐 빙빙 돌려 말을 하셨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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