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의 두 번째 이야기 : 공모전을 도전하는 나만의 이유
시나리오 작가가 아니라 드라마 작가에 도전하기로 맘먹은 이후,
많은 것들이 막막하게 다가온 게 사실이다.
하필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었고, 큰 변화의 시기와 나의 드라마 작가 도전은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운도 없지 싶다.
그리고 당시 내가 느끼는 글쟁이의 삶을 살기 위해 주어진 객관식 답안지는 이랬다.
(1) 공중파 드라마
(2) 타 채널 드라마
(3) OTT 드라마
(4) 웹드라마
(5) 무조건 계약해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쓰는 드라마
1번-5번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드라마'여야만 하는.. 그런.. 상태?
( 내 선택은 5번. 무조건 감사합니다.. 써야지 뭘 가려... )
앞에 잠깐 언급했는데.. 드라마는 참 나에게 어려운 장르였다.
그럼 방법은 하나뿐.. 쓰고 또 써봐야지...
그 시작은 단막극 쓰기였다.
처음엔 시나리오 보다 분량이 짧은데 어떻게든 써지겠지 싶어서
영화로 하기엔 좀 부족해서 묵혀 두었던 아이템들을 꺼내서 무작정 써보기 시작했다. 30-35매 내외로..
한글에 드라마 대본을 쓰기 위한 스타일 설정도 새로 했다.
나는 시나리오를 한글에서 씬넘버, 지문, 대사 각각 스타일을 설정해서 쓴다.
수많은 장점이 있는데 글자 모양을 일일이 설정할 필요가 없고 특히 수정할 때 좋다.
그런데 드라마 대본은 시나리오와 달라서 새로 스타일을 지정해야 했는데,
다른 작가님들의 대본을 보면서 내가 보기 좋은 스타일을 만들었다!!! 대략 이런 느낌?
그러고 나서 다른 단막극 대본들처럼
- 로그라인
- 기획의도
- 등장인물
- 줄거리 (시놉시스)
- 이야기 (대본)
일련의 필수적인 요소들을 썼다.
그런데 1장-1장 반 정도되는 줄거리(시놉시스)에서 매번 막히는 것이었다.
진도가 나가지 않고 다시 다시.. 같은 내용의 문장도 고치고 또 고치고..
워낙 글을 여러 번 고치는 편이긴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밖에 외출도 잘 못하고 남는 건 시간이니..
컴퓨터 앞에서 글 쓴답시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진도는 나가지 않는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 마감기한이 없어서.. 나에게 무한정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걸까?
맞는 거 같다!!!!
그냥 무조건 쓱쓱- 써내는 천재적인 재능도 없으면서...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네.
단막극 완성하는 걸 쉽게 생각했네.
그럼 나 스스로에게 마감기한을 줘야겠다!!
급히 인터넷에서 공모전 정보를 검색했다.
어느 것이든 좋았다. (단, 세부 사항들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말도 안 되는 공모전이 있기 때문에... )
그리고 몇 개를 추려서 공모기간과 세부 내용들을 정리했다.
시나리오 공모전은 몇 번 내 본 적이 있는데 드라마 공모전은 처음이었다.
미니시리즈 공모전도 있지만, 난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 단막극을 도전하기로 하였다.
솔직히 공모전을 내는 것도 누가 등 떠미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안내면 그만인 것인데...
이렇게 적어서 책상 앞에 붙였다.
이 정도 실천도 안 할 거면, 다 때려치워라. 나이만 먹고 뭐 하는 짓이냐
공모전이 준 마감 기한은 생각 외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단막극을 7개 정도 완성할 수 있었다. (퀄리티는 엉망이지만....)
처음엔 쓰다가 응? 끝이야? 분량이 끝이네? 다 쓰면 35장이 넘겠는데? 다시 다시... 했었고
그다음엔 이야기를 너무 뒤로 밀지 말고 앞에 쓰자.. 하다가... 중간에서 이야기가 뚝.. 끊겼고
마지막엔 고루고루 잘 분배를 하나 싶었는데.. 그냥 나열만 된 느낌도 들었다.
다 쓰고 보니 시놉시스랑 내용이 달라서 시놉을 다시 고쳤다.
제목은 수십 번.. 수백 번 바꾸는 듯..
그렇게 혼자 고군분투하면서 7개째 단막극을 완성할 무렵.
흐름이 자연스럽게 익혀진 기분이었다.
( 공모전에서 수상한, 훌륭한 작가님들께서 쓰신 단막극 대본도 많이 읽었다. 이건 좀 필수인 듯!)
그리고 가장 메인으로 생각한 오펜 공모전에 도전을 하는 것으로 그 해를 마무리했다.
코로나 첫 해였다.
마지막 접수 완료 화면을 보고
내가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이 실력 있는 신인 작가임을 입증할 중요한 관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떻게든 써지는 대본은 없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동기부여의 수단이었다.
뭐, 물론...
내가 부족한 탓에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은 없다.
하하하하하하
당선되는 기쁨.. 느껴보고 싶다... 쿨럭...
솔직히 당선 안되고.. 계속 탈락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또 우울하기도 하고 자존감도 떨어졌지만.. 믿음은 있었다.
내가 한 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
완성한 글들.
그걸 쓰면서 내가 배우고 익힌 것들.
고스란히 남아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쌓여 있는 영양분. 에너지.
그렇다.
어떻게든 써지는 대본은 없다.
쓰기 위한 이유를 만드는 것. 그게 나에겐 중요했다.
되돌아보면 그때만큼 내가 쓰고 싶은 걸 맘껏, 열심히, 즐겁게, 쓴 시절도 없었던 거 같다.
그렇게 코로나 첫 해가 지나고..
꽤 나 다이내믹한 다음 해가 나에게 왔다.
덧,
올해도 오펜 공모전 공지가 떴다... 드라마 부문은 2025년 1월 2일부터 25일까지다.
도전하시려는 분들에게... 먼저 응원을 보내고 싶다.
* 오펜 공모전 링크
https://open.cjenm.com/ko/applyinfo/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