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쉴 때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유튜브 쇼츠를 보는 것이다. 주로 누워서 시청한다. 장시간 핸드폰을 들고 있으면 손목에 무리가 갈 것 같은데, 그 무게는 신경이 쓰이지 않는지 도통 내려놓는 법이 없다. 눈은 동영상에 고정되어 있고 엄지손가락만이 영상을 넘기는데 움직일 뿐이다. 남편은 쉬는 거라고 하는데 정말 쉼이 되고 있는 걸까?
아이들이 핸드폰을 사용할 때마다 제지를 가하는 아빠에게 아이들이 하는 말은 "아빠도 보잖아"이다. "아빠가 노니?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와서 집에서 쉴 때, 주말에만 보는 거야. 너희들은 시간 될 때마다 보잖아." 아이들이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불편해하는 것을 보면, 미디어에 오래 노출되는 것이 안 좋은 거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본인은 쉼이라 말하며 놓지 않는다.
남편이나 아이나 동영상 보는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데,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영상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달리 생각되지 않는다. 무엇이든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을 가장 쉽게 회피할 수 있고 기분을 전환하는 방법이 동영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긴 동영상도 아니고 30초 내외의 쇼츠가 그러하다. 흥미가 없으면 끝나기도 훨씬 전에 휙 넘겨버린다. 무엇을 보고 있나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자극적이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기도 하고 일반 유튜버들의 영상이기도 한데 동영상이 짧아질수록 강렬한 것을 보여주어야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무덤덤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스릴러나 잔혹한 범죄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와 달리 계속해서 보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것과도 같다. 문제인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남편이 성실하게 일을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고, 가족과의 일정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잘 지내고 있는 것도 아는데, 그 외에 쇼츠를 보는 것이 유일하다. 성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지금의 삶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엔 어쩐지 부족한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한다. 어떤 엄마이자 아내가 되어야 할까, 나는 마음에 어떤 기준과 중심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늘 생각한다. 지금 이대로의 나는 어떤가? 잘 가고 있는 걸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주말이나 공휴일을 빼면 거의 매일 글을 쓴다. 나와의 약속이자 독자와의 약속이다. 어떤 날은 놀고 싶고 또 어떤 날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은데 마음은 나를 노트북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 청소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옷장정리도 해야 하고, 손이 가야 할 일들이 있는데 시간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글쓰기에 안배되는 시간만큼은 무조건 확보해 놓는다. 정해놓은 루틴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신을 붙잡아 놓아야 한다.
무조건 일어나는 시간은 지켜야 한다. 뭉그적거리거나 조금이라도 더 쉬려고 하면 시간은 저 멀리 가버리고 만다. 가지 말라고 해도 가는 것이 시간이기에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차 없이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간혹 알람시간보다 일찍 일어나기는 하지만 결코 늦어지는 법은 없다.
일어나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밥을 안친 후 세수를 한다. 잠옷을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아침상을 차린다. 때에 따라 음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주로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간단히 계란프라이를 해 밥을 먹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밥을 먹기도 하고 시리얼을 먹기도 한다. 식사가 마무리되면 식탁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챙긴다. 머리를 묶이고 옷을 입힌다.
아이들은 등교준비를 하고 나는 대충 집안정리를 한다. 시간에 따라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린 후 셋째를 챙겨 어린이집으로 간다. 상황에 따라 집안일이 셋째 등원 전에 마무리되기도 하고 되지 않을 때도 있다. 9시가 되기 전에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아이를 보내고 커피를 사 와 집에 돌아오면 집안을 살피고 빨래를 넌 후 책상 앞에 앉는다. 오전 10시면 본격적으로 글을 쓸 준비가 된다.
글을 계속 써나갈 수 있는 힘은 꾸준함에서 온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지니 루틴대로 이뤄지는 일과를 해나가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다. 알차게 이 시간을 쓰기 위해서는 놀고 싶고 쉬고 싶은 욕구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자 글을 쓰는 방법이다. 글쓰기라는 것은 어쩌면 이익이 되지 않은 일일수도 있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탐구하고 글로 보이게 만드는 과정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자부한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나를 드러내야 하고, 자신감 있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글쓰기는 그런 도구이자 훈련이 된다. 스스로 나 자신을 검열하고 성숙하게 한다. 가족의 중심이 되어야 할 아내이자 엄마로서 생각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정비해 나갈 수 있다.
자녀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남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따라가는 사람보다 마음의 중심을 갖고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드한다고 해서 내 생각만을 주장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갖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를 탓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 헤쳐 나아갈 수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문제는 물 흘러가듯이 해결되어있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이다. 나의 변화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작가님들께 ⸜❤︎⸝
셋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샀습니다. 잠시 여행을 떠난 기분으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행복하다,라는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날은 덥지만 기쁘고 충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는데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왔습니다. 우선 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 돌아간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널고 돌리다 만 청소기를 켜 집안의 먼지를 빨아들였습니다. 베란다에 쌓인 먼지를 빗자루로 쓸어내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입니다.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고 감사함을 찾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감사할 것들이 넘쳐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때로는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여러분 마음에는 어떤 감사가 심어져 있으신가요? 여러분 마음에 풍요가 찾아드는 하루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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