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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사랑하는 지혜

남편은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셋째에게 하는 말은 "아빠 좋아? 안 좋아?"이다. 셋째는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를 답을 내놓고 아빠 마음 상하게 한다. "안 좋아해." 결코 흔들림 없는 아이의 대답에 남편은 이제 아무것도 안 해줄 거라고 엄포를 놓는다.


'당신 아빠잖아.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서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할 망정 애한테 사랑받으려고 하는 거야? 좋아하나 안 하나 확인하는 거야?'라는 말이 턱끝까지 올라와도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다. 조언하고 충고하고 싶지만 남편의 기분에 맞춰야 할 것 같아 머릿속으로 위로할 말을 찾아 헤맨다.


"안 좋아한다고 말하니까 서운해? 당신 반대로 말하는 거지? 진심 아니야. 애도 당신처럼 반대로 말하는 거야." 남편은 서운할 때마다 자신은 아무것도 도움을 주지 않겠다고 말하니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한쪽이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남편을 위로해 본다.


남편과 아이 둘 다 이해가 되면서도 어느 편도 들 수 없어 난감하다. 아이는 아빠에게 받은 상처가 묵직하게 가슴에 남아있는지 같은 질문을 할 때마다 대답에는 변함이 없다. 상처를 기억하고 쌓아두는 건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은 것 같다. 어려서 모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는 아이는 나이만 어릴 뿐 자신의 감정을 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간과하고 말로 상처를 주고 만다. 그 상처를 풀어주지 않으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갈 거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고 두렵다. 나는 아내와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남편은 셋째에게 무조건 사랑만 주었으면 좋겠고 아이는 아빠에게 무조건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사랑하지만 어긋나 버리는 마음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속상하다. 아빠를 왜 안 좋아하는지 설명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다. 참고 이해하고 감정을 숨길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부모에게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했던 마음을 조금씩 버리고 체념해 가던 내가 떠올랐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엇을 바라야 하는지도 몰랐던 나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분명히 사랑을 주었는데 왜 아이는 나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걸까? 남편의 마음이 들려오는 듯하다. 사랑을 받고자 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불쑥불쑥 틔어 나올 때마다 남편은 사랑을 확인하듯 다섯 살 딸아이이게 아빠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묻는다. 그만 좀 물어볼 수 없어?라고 빽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그저 웃는다. 또 시작이네, 하는 말이 올라온다. 남편만의 애정표현인 걸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아이에게 역으로 묻는 것일까?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만 좋아하고 싫어하면 자신도 싫어한다던 남편의 말이 생각난다. 부모는 무조건적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거라고, 사람이라면 원래 그렇게 세팅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한 나는, 그게 무슨 말이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긴다.


아이를 낳고 사랑에는 희생이 따르는 거라고 정의를 내린 나는 남편의 주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냐고 묻고 싶은데 말하고 싶지 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아 가슴 안에만 두기로 한다. 마음이 조금 더 어른이 되면 그땐 물을 수 있을까? 그때가 언제일까? 사랑은 주는 거라고 확신하며 사는 나도 아이들에게 말로 상처를 주는데 감히 남편의 사랑을 평가하고 재단하려고 하다니. 그럼 넌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고, 잘하고 있는데? 넌 어른이 됐어? 또 다른 내가 진짜 나에게 따져 묻는다.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거절당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칠전팔기의 정신을 이어간다. 아이가 아빠에게 달라붙어 놀아달라 할 땐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던 아이의 말을 잊고 헤헤 웃으며 딸바보가 되어버린다. 아이에게 실컷 놀아주거나 원하는 것을 사준 후 또다시 묻는다. 아빠 좋아해 안 좋아해?


언제쯤이면 아이가 아빠 마음을 알아줄까? 사랑을 받아봐야 줄 수 있다는 말처럼 어린아이에게는 사랑을 주기보다 받는 것이 먼저일 텐데, 남편은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뭐든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인데, 준 사랑을 돌려받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 느껴진다.


엄마들은 아이를 낳으며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지만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는 순간 그 아픔을 잊어버린다. 밤낮 없는 육아에 체력의 한계를 느끼다가도 아이의 웃음 한 번으로 견디고 이겨낸다.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에 대가를 바라지 않듯이 사랑이란 주고 잊어버리는 것일까?


아빠는 아이를 낳는 고통을 느껴볼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그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 육아를 하면 나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시선이 아이에게로 향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를 잊게 된다. 내가 이만큼 너에게 주었으니 얼마를 돌려주어야 한다고 계산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사랑이다. 사랑을 셀 수 없는 것처럼 주는 사랑은 무한하다.


내가 남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도 같다. 남편을 사랑하는 것에 이유를 달거나 계산하고 싶지 않다. 내가 당신에게 이만큼 해주었으니 당신도 나에게 그만큼 돌려주는 건 당연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대할수록 실망은 커지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사랑을 줌으로 기쁘고만 싶다. 매 순간 같은 마음일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남편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표현함으로써 남편이 느끼는 사랑이 배가 될 때 자녀를 더욱더 사랑으로 대하는 남편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변할 수 없듯이 남편에 대한 나의 사랑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랑을 받은 남편의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남편이 그토록 듣고 싶어 하는 한마디를 해볼까 한다.


"아빠 아주 많이 좋아해요. 사랑해요."

"여보 사랑해요."




"아빠 좋아해, 안 좋아해?"

"모르겠어."

아이는 아빠의 계속된 애정 확인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변을 바꿔버렸다. 아빠가 놀아줄 땐 아빠에게 착 달라붙어있더니, 다시 질문하니 모르겠다고 말한다. 남편은 잘 놀아주고 아이의 마음이 바뀌었을까 궁금한 모양이다.




작가님들께 ⸜❤︎⸝‍

주말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제 진짜 무더운 여름이 시작된 것 같네요. 7월, 8월... 벌써 걱정입니다. 주말에 가족들과 둘레길을 걸으며 땀 흘리는 것도 즐기고 있어,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던 저였지만 더위에 장사 없다고 아침부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니 더위를 견디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에어컨바람이 간절해집니다. 작가님들,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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