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사랑하는 이 여름, 행복하세요
셋째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가던 중 들린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은혁엄마를 만났다. 분리수거를 끝내고 돌아가기 전 짧은 대화를 나눴다.
"브런치 하세요?"
"하죠~언제 먹을래요? 날 잡고 가요."
"다음 주에요?"
"내일은 어때요?"
"좋아요."
"애기 몇 시에 보내요?"
"9시쯤요."
"그럼 9시 30분에 봐요. 내일 연락할게요."
"네."
나는 브런치스토리를 말한 건데 진짜 브런치로 들은 은혁엄마는 내일 바로 같이 먹자고 한다. '브런치스토리 어플인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같이 차 한잔 하며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 자연스럽게 좋다고 말했다. 카톡 프로필에 있던 책 사진을 보고 멋있다고 하여, 책 드릴까요?라고 물어보았고, 말한 김에 브런치 스토리 구독해 달라고 '브런치'를 얘기했는데, 진짜 브런치를 같이 먹게 될 줄은 몰랐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오랜만이라 어색할까 걱정이 되면서도 내 책을 선물할 생각에 설레었다.
책 선물을 하기로 하고 하루 종일 책에 쓸 메시지를 생각했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에 감사합니다. 저의 글이 희망의 날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두 가지를 생각했는데, 식상한 것 같아서 골똘히 고민하던 중 '간절함'과 '여름'이 떠올랐다. 이 두 단어를 연결시켜 보는데, '간절한 이 여름'이 연상되었다. 간절하게 무언가를 소망하고 싶은 마음과 더운 여름이 합쳐졌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탄생됐다.
'간절히 사랑하는 이 여름, 지금 행복하세요'
간절히 무언가를 바라고 소망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길 바랐다. 그리고 해 줄 수 있는 말이 또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행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행복하세요. 란 말이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또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놓치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행복,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루길 바라고, 이룸으로써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무더운 여름, 행복하시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행복하라고 말하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걸까? 작가로서의 이름을 갖고 싶고, 결과물을 내고 싶은 마음에 책 쓰기를 시작했지만, '나'라는 한 사람의 삶을 고백하면서 얻은 것이 많았기에, 나 또한 행복한 거라고 믿는다. 어렵고 힘들었던 내용과 마음을 드러내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써내려 가면서 마음이 후련해졌다. 서툴렀던 나를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다 보면 글쓰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책을 쓰고 나서 느낀 것은, 각자 어려움을 갖고 살아가기에,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맞이한 사람과 마주할 때 공감을 한다는 것이다. 공감에 그치지 않고 극복해 나간 모습을 보여주면, 독자들은 자신의 상황과 마주할 수 있고,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다. 글은 그런 매력이 있다.
은혁엄마 또한 남편과 맞지 않는 부분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이에 나는 조언하지 않았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내 이야기를 했다. 우유부단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흔들렸던 나에 대해서. 남편이 말하는 의도나 메시지에 집중하지 않고 말이나 말투에 상처받았던 나를.
내 이야기에 은혁엄마는
"하나 배워가네요.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 부부를 잘 알기 때문에 너네 남편은 원래 그래,라고 이야기하며 끝이 났어요. 그런데 승혜엄마는 남편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했네요. 정말 건강한 대화였어요."라고 말했다.
'남편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고 내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남편과의 갈등을 풀어나갔던 방법을 요점정리 하듯 말해주었다.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이해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인 남편을 나를 보며 이해하고, 우리 남편이 답답해하는 점에 대해 자신도 그랬다며 반가워했다. 역지사지로 남편을 바라보는 은혁엄마였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은혁엄마는 하도 말해서 목이 아프다며 사탕을 먹었다. 나도 이렇게 많이 이야기한 것은 오랜만이라고 답했다. 10시부터 시작한 브런치는 1시를 훌쩍 넘겼다. 먹으면서 쉬지 않고 대화를 놔눴다. 서로가 살아가는 속도는 다르지만, 한 생을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고, 삶의 흐름이 비슷한 양상을 띠며 전개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이 될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느낀 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부끄럽지만은 않았다. 책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이 알지 않았으면 하는 내 모습을 보이게 됐지만, 나를 탓하지 않고 공감하며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낸 후 계속해서 글을 쓰니 좀 더 내 이야기를 잘하게 되었다. 진짜 내 이야기를 말이다. 꾸밈없이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평소 나를 드러내는데 주춤하기도 하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내 마음을 정확하게 쓰려고 한다. 글을 읽었을 때 의문이 들거나 추측하고 판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 글쓰기의 철칙이기도 하다. 내 감정을 따라가면서 써 내려가니 내 마음을 겉핥기 하던 때와 달리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를 더 잘 표현할수록 상대방이 내 마음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듯하다. 자신의 마음도 알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는 거울이 된다. 진심이 담긴 이야기는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작가님들께 ⸜❤︎⸝
셋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다양한 표정을 만납니다. 웃는 얼굴도 있지만 대체로 무표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을 오가며 마주치는 아이와 아이 엄마들이지만 서로 잘 알지 못하기에 냉랭하거나 냉정하게 보입니다. 그동안 낯설다는 이유로 웃으며 인사를 건네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매일 마스크를 쓰고 다녀 생김새를 알 수 없는 엄마에게도, 가끔 하원 후 같이 노는 아이의 엄마에게도, 또 다른 엄마에게도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매일 같은 길을 오가며 웃는 얼굴이 좋은 거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나라도 웃으며 인사해 줘야겠다 마음먹으니 등하원 길이 어색하지만은 않습니다.
작가님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신가요?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이 있잖아요. 웃으면 마음이 기쁘고 행복해집니다. 많이 웃으시는 날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