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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에~취! 에~취!


남편이 재채기를 한다. 시부모님 밭에서 토마토를 딸 때마다 재채기로 고생한다. 마스크를 껴보지만 소용없는 듯하다. 장갑에 땀이 차도록 방울토마토를 따는데, 따도 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는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가서 쉬라고 하는데도 가지 않고 열심히 도와드린다.


매주 주말이면 우리 가족은 시부모님 밭에 간다. 남편은 시부모님을 도와 토마토를 따고 아이들은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며 논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식사준비를 하거나 토마토를 사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토마토를 씻어 갖다 드린다. 간혹 딸이냐 묻는 손님들에게 어머니는 며느리라고 답하신다. 손님들은 아이가 셋이라 키우느라 힘들겠다며 위로? 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부모님을 도와드리거나 아이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흐른다.


토마토 농사를 지으시는 시부모님은 하루도 쉬지 않으시고 매일 농장에 나와 일을 하신다. 농번기에는 단 하루도 주말이라고 쉴 수 없어 고되실 텐데도, 지친 기색 없이 일을 하신다. 직장인이라면 은퇴하실 나이임에도 매일을 쉬지 않고 일하시니, 어디서 그런 체력이 나오는 걸까 궁금해진다. 힘든 것을 내색하지 않으시는 것뿐일까?


성실한 어머니와 아버지를 닮은 남편은 효자다. 공휴일이나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밭으로 간다. 신혼 때만 해도 매주 밭에 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만은 않았다. 일을 도와드리려는 것은 알지만 때때로 올라오는 생각은 부모님 곁을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남편과 나의 가정이 우선이 아니라, 부모님이 먼저인 것만 같은 생각에 서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철없는 생각이었다. 남편이 열심히 도와드리는 만큼 부모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감사하게 여기지 못했다.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남편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남편이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효자라는 것에 감사하는 것이 첫 번째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밭에 가서 같이 식사를 하고 아이들이 밭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노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부모님에 대한 효이자, 남편을 위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셋째의 귀여움과 재롱은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가장 큰 선물이다. 토마토를 고르거나 포장할 때 옆에서 간섭하고 재잘대는 것이 그리 좋으신지 부모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자주 찾아뵙고 같이 있어 드리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거라고 믿는다. 아이들이 나를 대신해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것 같다.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남편에 대한 마음의 변화는 부부관계에 큰 변화를 가지고 왔다.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을 뵙고,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남편은 기뻐했다. 부모님이 손주를 보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부모님과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면서 우리 가족끼리 있을 때 더 화목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과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남편에게 있었고, 그 순간을 나와 아이들이 함께하니 편안해 보인다.


얼마 전 부모님과의 식사를 위해 부대찌개를 사갔다. 부대찌개 재료가 캠핑용 알루미늄 용기에 담겨있어 가스레인지에 올려 끓이기만 하면 되는 제품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소스를 넣고 물만 부으면 된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가 요리하니까 정말 맛있다. 그렇지?"라고 말씀하셨다. 재료를 손질하거나 소스를 만드는 과정이 없어 간편하게 끓이기만 했는데도 칭찬해 주시니 기분이 좋았다.


이에 큰아이는 "시제품인데"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사 온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표현하신 건데, 큰아이가 팩트를 딱 꼬집어 이야기하니 살짝 부끄러웠다. 어쩌면 어머니는 직접요리를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장을 봐오고 상을 차리는 등 마음을 써준 것 자체로 고마워하고 계신 것 같았다. '같이 해줘서 고마워'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들려오는 듯했다.


부모님 밭에 가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족이 함께여서일까?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을 받을 수 있어 좋고, 남편은 부모님을 도와드릴 수 있어서 좋다. 부모님은 손주들을 보시며 미소를 지으신다. 서로를 통해 기쁨을 느낀다. 천국이 있다면 가족이 함께 행복한 이곳이 아닐까? 가족은 함께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함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다.



작가님들께 ⸜❤︎⸝‍


사람은 서로 사랑할 때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함께일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걸까요? 제가 글을 쓰며 행복한 이유는 작가님들과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이킷과 댓글로 주고받는 소통은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작가님들도 서로 사랑하는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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