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사랑
남편은 매일 사랑타령을 한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엄마"
"아빠 좋아해 안 좋아해?"
"안 좋아해"
셋째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아빠가 아닌 엄마다. 몇 번을 되물어도 정답은 변하지 않는다. 이럴 땐 눈치 있게 아빠,라고 말해주면 좋을 텐데.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하고 없는 아빠를 찾는 걸 보면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닌데, 왜 그리도 단호박인지. 눈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것뿐인데, 남편은 실망한 마음을 눈치 없다는 말로 덮어버린다. 어떤 대답이 돌아오든 아이를 사랑하고 귀여워하는 남편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럴 땐 누구 편도 들을 수 없어 난감하기만 하다.
덩치가 크고 키도 큰 어른인 건 분명한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린아이임에 틀림없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나만 사랑한다고. 남편 마음속 아이는 말한다. 다섯 살 아이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남편은, 몇 번이고 되물은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는 질문에 원하는 답이 돌아오지 않자 방에 가서 누워버렸다. 남자는 원래 어린아이야,라는 여자 어른들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에 감탄을 했다. 변하지 않는 진리이자 사실인 양, 그의 얼굴을 보며 어쩔 수 없지, 체념하며 방을 나왔다. 내가 기대하는 부모로서의 사랑이 사랑을 받고자 하는 어린아이의 사랑으로 변질될 때마다 실망으로 바뀌곤 하지만, 어쩌랴, 내가 품어 줘야지.라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꿀 떨어지는 미소로 아이들을 볼 땐 저리도 좋을까, 남편이 행복해 보이니 나도 참 좋다,라는 말이 술술 나오는데 어린아이처럼 아이 앞에서 어리광? 부리 듯할 땐 막내아들인지 큰 아들인지 남편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남편인 건 맞는데. 그런 남편을 사랑하는 것 또한 내 몫이구나, 하며 나를 위로한다. 사랑이란 원래 이해하고 인내하고 감사하는 거지. 때로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할 때가 있어 내 코가 석자인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사랑하자, 못한 것에 연연하지 말자라고 다짐한다. 잘못한 것에 대해 자책하지 말고, 상대와 나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 사랑하자고.
남편은 잘 때 결코 불을 끄는 일이 없다. 아이들을 재우고 할 일을 하다 남편이 자고 있는 방에 가보면 티브이나 핸드폰 속 동영상이 혼자 떠들고 있다. 그럼 나는 슬쩍 리모컨의 전원을 끄고 핸드폰을 끈다. 조용히 불을 끄고 방문을 닫는다. 남편이 불을 끄지 않고 누워있다 잠이 드는 이유는 뭘까? 불이 켜져 있으면 내가 자신을 보러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남편은 먼저 사랑을 주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사랑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먼저 주는 사랑을 기대했가가 실망하게 되었던 날들이 있었고, 실망이 독이 된다는 것을 알고 남편의 그런 모습조차 귀엽게 여기고 사랑하고 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자 어른인데 그 속에는 어린아이가 점령하고 나오지를 않는다.
매일 아침 눈을 떠 남편 방에 간다. 남편이 출근준비 할 때 물을 가져다주는데,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양말 신겨주기. 남편이 세수를 하고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옷을 입은 후에 방에 있는 소파에 앉는다. 나는 남편의 발에 양말을 신겨준다. 우리를 위해 수고하는 남편의 발을 매만진다. 남편이 사랑받는 방법이다. 이렇게 남편을 사랑하면 되겠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나마 내 사랑을 표현하면 남편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돈을 벌어오는 남편에게 미안함을 갖기보다 고마워하고 싶은 내 마음이 담겼다.
남편은 눈치 보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관계를 맺을 때 먼저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느껴지는 경계선으로 인해 마음이 작아질 때가 있는데, 남편에게만은 먼저 다가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편에게 조금 실망하고 상처받으면 어떠랴, 내가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해 그런 것을.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최대치로 남편을 사랑해 준다. 남편에게 사랑을 주면 그 사랑은 다시 돌아온다. 엄마를 친구 대하듯 말하는 아이들에게, 엄마한테 누가 그렇게 말해,라고 말을 한다거나 아이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며 아이들을 대할 때 그 사랑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진다. 그 사랑은 마치 부드러운 봄바람처럼 내 살을 스친다. 폭신한 이불처럼 포근하고 햇살처럼 따뜻하다. 벌이 꿀을 빨아먹듯이 사랑의 맛을 알면 그곳에서 나오고 싶지 않을 듯하다.
남편은 나에게 부부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의 사랑을 알려준 귀한 사람이다. 남편이 있어 부모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남편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었다. 행복한 희생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에게 시련이 있었던 이유는, 혼자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했었기 때문이다. 집안의 균형이 깨져버린 것이다. 부부가 서로 사랑할 때 집안이 평온하다는 것을 경험한 이후에는, 혼자이기보다 함께이기를 강하게 원하게 되었다. 사랑의 길을 찾아가는데 우리의 시련은 성숙해지기 위한 디딤돌이었다. 나 자신만의 만족과 성공만을 바랐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다. 우리가 이런 사랑의 자리를 찾기 위해 결혼을 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여기에 행복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아빠"
오늘도 계속되는 아빠의 난감한 질문에 나를 쳐다보는 셋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찡긋 웃었다.
남편은 아이를 꼭 안고 뽀뽀를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작가님들께 ⸜❤︎⸝
의식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갑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가고.... 더운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는 더위를 어떻게 견디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직까지 땡볕 더위는 오지 않았지만, 더위에 서서히 적응해 가는 듯합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글을 쓰면서 혹은 쓰고 나서 반응이 없으면 어떡하나, 다음엔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하나, 계속할 수 있을까 등등의 걱정을 하게 되는데요, 피부로 와닿는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꾸준히 쓰다 보면 글쓰기가 내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는 소통의 욕구를 반영한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생각을 표현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욕구로 시작하게 되는데요, 보이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우리의 행동이 서로에게 힘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고 등을 토닥여주면 내 마음도 저절로 치유되고 회복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수요일이네요~! 모두 힘내시고요~ 오늘 하루 한 번쯤 긍정적인 생각으로 미소 지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행복하세요~!^^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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