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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보이는 것들

남편의 마음

남편이 출근할 때 유독 마음이 쓰인다. 일어나자마자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길에 오르는 남편을 볼 때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누구보다도 관계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이다. 가장으로서의 숙명이라 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짐을 나눠지고 가볍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 번쯤 편안하게 쉬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싶다. 사랑하니까 더 위하고 싶고 주고 싶다.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남편이기에 온마음 다해서 안아주고 사랑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이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을 때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 투정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회사 안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로 스트레스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일의 강도만이 힘든 이유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주지 못한 것에 미안함이 올라왔다.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감이 밀려왔다. 남편의 수고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


가장이 돈 벌어오는 것이 당연한 건데, 왜 미안해?라고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수고로움을 진정으로 고마워하지 않았던 내가 보여서 어쩌면 나에게 화가 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살림하는 것이 원하는 대로 만족스럽게 보이지 않을 때마다 "네가 돈 벌어와. 내가 아이들 돌보고 살림할게"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말속에 숨은 남편의 마음을 알려하기보다, '육아하고 살림하는 것이 쉬운지 아나?'라고 생각했다.


여보 나도 열심히 하고 있어, 옛말에 일할래? 애 볼래? 하면 일하러 가는 것을 선택한다고 하는 말이 있잖아, 육아보다 일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그리고 내가 당신만큼 벌어오려면 하루에 투잡 쓰리잡 그 이상 해야 될 텐데, 지금처럼 벌지 못해도 괜찮겠어?라고 말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돈을 벌지 못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 그렇게 말해버렸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남편의 말속에 쉬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당신 수고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거 다 알아. 고마워'라는 말 뿐인 것 같아서 미안하다. 당당하게 '걱정 마 내가 돈 벌어 올게. 당신 쉬어도 돼'라고 말할 수 있는 멋진 아내가 되고 싶은데, 그 말은 내 가슴 안에만 머물 뿐이었다.


알람 소리에 힘겹게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러워, 남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며 이불을 갠다. 더 누워있고 싶지만 정신을 차리고 남편을 배웅한다. 물을 갖다주고 양말을 신겨준다. 남편이 출근하기까지 매일 반복하는 단순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엔 남편을 향한 애정이 담뿍 담겨있다. 남편은 직접 말하지 않을 뿐 고마워하는 것이 마음으로 느껴진다. 신발을 신고 문을 열며 하는 "갔다 올게"라는 말속에 어쩐지 다정함과 애정이 섞인 듯하다.


남편이 집을 나서면 나는 부랴 부랴 세수를 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 돌린 후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든든히 밥을 챙겨 먹는다. 옷을 입고 아이들 밥을 챙기고 청소기를 돌린다. 셋째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 집안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바로 셋째를 챙겨 어린이집에 간다.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에 대한 걱정 없이 바로 글을 쓸 준비를 한다. 빨래를 널고 커피를 컵에 담아 책상 앞에 앉는다.


남편과 주고받는 사랑의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생활에 스며들고 있는 듯, 평온한 행복을 느낀다. 글쓰기와 가정생활이 잘 맞물려가고 있다. 이전에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내 할 일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남편에게 혹은 살림에 소홀한 것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내 시간과 가족을 위한 시간이 잘 분리되어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글쓰기가 세상에 나가기 위한 수단처럼 다가왔던 이전과 달리 이 또한 행복한 가정을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위치에 오르지 않아도 아내로서 엄마로서 나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을 대하면 '당신! 고마워요'라는 진정한 의미의 감사와 사랑이 묻어난다.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여보, 먹고 싶은 거 없어요."


평소 호칭을 붙여 부르지 않는 남편은, 아주 오랜만에 나에게 '여보'라고 말했다. 나는 평소 오빠,라고 부르는데 갑자기 나온 '여보'라는 말은 '여보'로 돌아왔다. 진짜 부부로 서로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이었다.




작가님들께 ⸜❤︎⸝‍

어제는 정말 더웠어요. 진짜 여름이구나, 실감이 났어요. 작가님들은 어떤 여름을 보내고 계신가요? 땀이 나 끈적끈적하면 불쾌지수가 높아지는데요, 그럼에도 작가님들 마음에 평온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작가님들 마음에 시원함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한 주, 되시길 소망합니다!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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