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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꿈을 이뤄준 남편

사랑을 보여주다

이름을 개명하려 했었다. 엄마가 양수파열로 나를 9개월 만에 낳아 아버지가 이름을 급하게 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이름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여성스럽고 예쁜 이름이 아니라 중성적인 느낌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름을 바꾸고 잘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았기에 이름을 바꾸면 내 인생도 달라질까 궁금했다. 블로그를 통해 읽은 이야기 중 두 번 세 번 바꾸는 사람들도 있던데, 바꿀 때마다 조금씩 인생의 장면이 다르게 바뀌어 왔을까?


이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남편과 떨어져 있게 되면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다. 이전에 사주를 봐주셨던 분에게 개명을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고, 부모님에게도 말씀드려 보았는데 흐지부지 되었었다. 그러다 책을 낼 준비를 하면서 작가명을 다른 이름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작명을 의뢰해 두 개의 이름을 받았다.


생각 이외의 이름에 살짝 당황했다. 계속해서 이름을 불러보며 익숙해져 보려 했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어떤 이름도 나에게 맞겠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작명가를 소개해준 교육원 대표님께는 죄송했지만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남편에게 개명을 위해 이름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남편은 상의 없이 지었다며 화를 내었다. 개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흘려들었던 남편은 돈을 주고 왜 이름을 바꾸냐며 관심 없는 듯 말했었다.


남편은 친정엄마가 먼저 나에게 이름을 바꿔보겠냐고 권유했었던 사실을 알고,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이름에 있는 불용한자만을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아이들 이름을 지어준 작명소에 개명 이름과 불용한자를 바꿀 한자까지 두 가지를 의뢰했고 남편과 나는 한자만을 바꾸기로 했다. 경사 경(慶)에서 빛날 경(炅)으로 개명신청을 했다. 남편은 자신이 직접 돈을 내어 작명가에게 의뢰해 주었다. 자신의 이름을 바꾸는 것처럼 고민했다.


단지 서류상에 한자만 바꾸었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남달랐다. 친정엄마의 이름에도 '경'이 들어가고 한자도 똑같았는데, 한자를 바꿈으로써 엄마에게서 나에게 대물림된 안 좋은 것들을 끊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살림만 해오셨던 엄마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던 나였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개명도 엄마가 먼저 제안해 주시고 비용도 대주셨기 때문에, 엄마의 바람대로 좀 더 다른 내가 될 수 있었다. 나만이 아는 변화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개명을 할 수 있도록 작명가를 연결해 주셨던 대표님은 나에게 다시 한번 한자가 아닌 이름을 바꾸는 것에 의견을 주셨지만, 완전히 이름을 바꾸는 것에 마음이 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에 영향을 받았던 나는, 대표님의 나를 위한 마음을 생각하니 바꾸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 작가명으로 손색없었지만, 작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기엔 아쉽게 느껴졌다.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으로 당당하게 사회에 나가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떳떳하게 내 원래 이름으로 책을 내었다. 한자 하나만 바꿨는데도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나 스스로 빛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불용한자를 바꾸는 것에 의견을 주고 도와준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책이 나오기 전 원고를 읽고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가자 화를 내었던 남편이었는데, 끝까지 반대하지 않고 지켜봐 주었기에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쓸 수 있게 되었다. 결혼 후 글쓰기 과외를 시켜주었던 남편이다. 그러니 글쓰기의 처음부터 남편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 인생에 남편이 있었기에 글을 쓸 수 있었다. 해결해 내지 못할 것만 같았던 부부 갈등의 수렁 속에서 글쓰기로 빠져나왔다. 남편과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글의 주제가 되었고, 그러한 고난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남편은 글쓰기 인생에서 뺄 수 없는 주제이자 귀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내 꿈을 이뤄 준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남편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반대하지 않은 남편을 위해서 두 번째 책은 남편이 읽고 웃음 지을 수 있는 내용으로 써내려 갈 것이다. 브런치북 제목을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가 되었습니다'라고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혼이 특별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시대에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지 궁금해진다. 자신의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의 선택을 중시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정을 책임지면서도 부모인 자신도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희생과 인내는 덤이지만 말이다. 오히려 내게는 플러스알파가 되어서 발전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인내와 감사로 나아가는 삶에 풍요와 행복이 가득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체험하여 글로 보여줄 것이다. 어떻게 변화될 수 있었는지 앞으로 이어질 글을 통해 확인해 주시길 바란다.




아침에 셋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왔는데, 노트북이 있는 방문이 잠겨있었어요. 당황스러웠지만 차분하게 손잡이 옆에 있는 작은 구멍에 넣을 도구를 찾았습니다. 실핀도 펴서 넣어보고 클립도 펴서 넣어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러다 젓가락을 넣어보았지만 구멍보다 커서 잘 되지 않았습니다. 순간 아이들이 쓰는 젓가락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금세 문이 열렸습니다.


문을 여는 도구를 찾고 여는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문을 열지 못해서 글을 쓰지 못하면 어떡하나, TV나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조금 좌절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저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습니다. 문을 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간 저의 인생에도 안도의 숨을 내뱉었던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안 좋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었던 상황들이 있었지만, 결코 저의 인생을 흔들어놓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탄 배는 순항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닫힌 방문을 열었듯이 계속해서 세상에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저의 목소리가 전달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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