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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기적

사랑의 정의

우리는 사랑이 있어 함께 숨을 쉬며 살아간다. 사랑이라는 것은 비단 연인사이의 사랑만을 말하지 않는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부모에 대한 자녀의 사랑, 형제자매의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내 가정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도 발현된다. 내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모자녀의 사랑과 형제자매의 사랑을 느낀다. 나의 글쓰기도 나에게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퍼지기를 바란다. 공개된 곳에 글을 올리면 - 단 한 명일지라도 -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면서라도 보기 때문에 나를 위한 글이 아니라 상대를 위한 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글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의 글쓰기는 오로지 나를 향해 있었다. 남편에 대한 미움과 가족에 대한 원망이 처절할 정도로 묻어나는 글이었다. 흔히들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글쓰기로 마음속에 있던 부정적인 마음들을 긁어내고 또 긁어냈다. 비워진 그곳에 나는 사랑을 채워나갔다. 마음속에 쌓여있던 원망을 쏟아내지 않고 참아내었다면 내 마음은 빈 그릇이 되지 못해 사랑을 담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직접 가족들에게 쏟아내지 않고 나만의 공간에 쓰레기통을 만들어 모든 안 좋은 감정들을 넣어 버렸다. 그 글을 누군가 읽고 알아주길 바라지 않았다. 쏟아내기에만 급급했다.


블로그를 할 당시 나는 셋째를 낳은 지 100일쯤 되었을 때였다. 아이가 통잠을 자기시작하면서 한숨 돌리게 되었고, 그 시간 나는 블로그에 글을 썼다. 모두가 잠든 밤과 새벽, 그리고 셋째와 나만 있는 낮 시간에 글쓰기 공장이 가동됐다. 언제나 그렇듯 조회수는 0이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었어도 나의 글쓰기는 멈출 수 없었다. 그 누구도 평가를 내리지 않았고, 그것을 기대하지 않으니 마음껏 내 마음을 퍼부어도 상관없었다. 처음부터 욕심을 가지고 글을 썼다면 단 한자도 쉽게 써 내려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비워내고 또 비워낸 자리에 하나의 공간이 남겨졌다. 다 쏟아내고 나니 사람들의 관심이 그리워졌다.


내 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그때 운명처럼 글배우 님의 '고민의 답'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고, 출간 이벤트로 저자와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제목처럼 저자와 고민상담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가 잠이 들 시간인 밤 9시에 만나기로 약속했고, 때맞춰 작가님에게 전화가 왔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 하면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정말 돈을 벌고 싶었다. 작가님은 나에게 말했다. 많이 사유하라고. 자신은 매일 한 시간 이상 걸으며 생각한다고 했다. 독자를 위한 글이 되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고 하셨다. 끝으로 작가님은 나에게 성공하는 작가가 될 거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 말이 씨가 되었던 걸까,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진짜로 책을 낸 작가가 되었다. 진심 어린 작가님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정도로 큰 힘이 있었다.


생각의 전환은 글쓰기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그 이후로 내 글은 조금씩 미세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나은 글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느낌 가는 대로 시도 쓰고 짤막하게나마 소설의 도입부도 썼다. 소설이라기엔 그냥 내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독자를 향한 글이 되기 위해 시동을 걸었던 셈이다. 그때 운명처럼 브런치를 만났다. 타 블로그에서 생소한 온라인 주소를 보게 됐고, 그렇게 브런치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4년 차가 되었다. 쓰다 멈추다를 반복하기는 했지만, 그 쉼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는 다시 글쓰기로 돌아왔다. 글쓰기를 주춤하던 시기에 책 쓰기를 만났고, 책을 출간했다. 인생에서 큰 변화를 맞이한 사건이었다. 어려우면 쉽게 포기하던 나였는데 처음으로 끝까지 달려 완성했다.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나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른다. 바로 사랑의 기적이다. 남편을 사랑하게 된 기적을 이루었다.


내 입장만을 생각하고 다친 내 감정만 생각했다면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기적이었다.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그 문을 열게 하는 것이 그 어떤 세상일보다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기 마음을 꽁꽁 묶어두고 열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느껴지는데, 자신의 사고방식 그대로를 고수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듣지 않으려는 듯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나도 괴롭지만, 변화를 주지 못하는 상대도 자신 안에 자신을 가두느라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 마음을 바꾼다는 건 말 그대로 정말 어려운 일이라,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내 마음이었다. 내 마음에 변화를 주는 것이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일이면서 가장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마음이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하여 괴로워하기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이해하고 사랑하면 되겠다, 내가 얻은 마음의 결론이다. 이해할 수 있는 이유를 찾게 되면서 나 만큼이나 힘든 상황을 겪은 상대를 보며 안타깝게 느껴졌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가 아니라, 어쩌면 상대를 사랑하기 위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상대로 인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상대를 이해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각자의 개별적인 상황은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는 보편적인 생의 흐름 속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고통을 상대도 느끼고 있고, 내가 기쁨을 느낄 때 상대도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니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며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남편을 이해하게 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누구나 마음속에 사랑받고 싶은 어린아이가 있고, 그 마음이 해결되지 않으니 상대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됐다. 마치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부모에게 무조건 이해받고 싶은 것처럼,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여기에는 어떤 논리적인 언어가 필요치 않은 것 같다. 어린 자녀를 보면서 느낀다.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그 마음이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나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고자 매달리고 또 매달린다. 나는 세 아이를 동시에 안아 줄 수 없는 현실이 미안하면서도, 사랑 안에는 기다림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한 명 안아주면 다른 한 명이 안아달라 온몸을 구른다. 사랑이란 게 이렇게도 절실하고 절절한 것인지 뼛속까지 그 애절함이 전해질 정도다.


결혼을 하면 배우자는 당연히 나만 사랑하고 이해할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 남편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 그 기대가 무너진 순간 서로 등을 돌리며 미워하고 또 미워하는 것일까? 완성되지 못한 여자와 남자가 만나 결혼을 했고, 서로 어긋날 때마다,

남편이 나를 사랑하고 있기는 한 걸까,라는 의구심이 싹텄다. 믿지 못하고 두려운 마음이 자라났다. 남편이 비난 어린 말을 할 때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말과 행동으로 추측하고 판단해야 했다. 나에 대한 마음을 정확하게 말로 감정을 섞지 않고 말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자신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어려워하고 미숙해 보이지만 그 말자체가 남편의 진심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에 바뀌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나의 마음을 돌아볼 뿐이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노력 중이다. 내가 먼저 그렇게 하면 남편도 동의해 주고 함께 해준다. 남편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부부갈등 프로그램을 가끔 시청한다. 인터뷰에서 상처받은 자신의 이야기나 배우자의 잘못된 태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곤 하는데,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상대의 마음을 듣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사랑이라는 것은 받는 것만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자고 마음먹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사랑을 받고자 하는 것만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오랜 진통과 고통 끝에 아이를 낳는데, 그것은 오직 주는 사랑이고 희생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세 아이를 낳으면서 평생 겪어보지도 못한 고통을 겪었고, 이건 위하는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었다. 모든 엄마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진통을 겪고 고통을 느끼며 아이를 낳았듯이, 남편을 위하고 사랑한다면 어떨까? 시어머니도 분명 그렇게 내 남편을 낳으셨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을 받은 남편이다. 남편을 이해하기 힘들 때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자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부모의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니 사랑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부모의 사랑과 희생으로 태어났으니.


세상의 수많은 가치 중, 사랑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준 것을 기억하지 않고 또 주었을 때, 그 관계에는 풍요로 가득할 것이다. 주면 줄수록 샘솟는 것이 사랑이리라. 그런 믿음으로 남편을 사랑하니, 남편과 내가 사랑으로 하나 되고 있음을 느낀다.




글을 쓰며 느끼는 것은,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한다는 거에요. 그날의 기분이나 몸상태에 따라 글이 잘 써지기도 하고 잘 안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생각이 막힐때도 있고요. 연재를 처음해보는데 연재하는 날 글을 올려도 그 이전부터 다음에는 어떤 내용을 써야 하나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스스로에게 주는 압박?이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천천히 저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글을 써나가는 작가님들이 계셔서 저도 멈출 수 없게 되었어요. 여러분들에게 좋은 에너지 전달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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