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품을 그리다

파리에 살고 있는 친한 동생에게서 4일 연속으로 전화가 왔다. 이제 좀 전화에 텀이 생기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월요일이 되자마자 또 전화가 왔다. 핸드폰에 떠있는 부재중 문자를 보자마자 다시 전화를 걸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얼마 되지 않아 벨소리가 울렸다.


"언니 잘 지냈어?"

이틀 만에 다시 전화가 온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첫마디였다.

"언니랑 통화하면 좋아. 얘기하다 보면 길어지고."

지난주에 이어 얼마 되지 않아 또 전화를 하니 미안하고 민망했는지 웃어 보였다.

"언니 생활도 있는데 매일 전화할 수 없잖아. 그래도 이야기하면 좋아서 또 했어."


"나도 네 얘기 들으면 좋아."

주말이 지나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낸 후 맞는 황금과도 같은 오전시간에,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차마 또 했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타국에서의 결혼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또 들어주자고 마음먹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이제는 좀 편안하고 안정되었으리라 생각했던 동생의 마음이 한편으로는 참 많이도 답답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쓰러웠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에 적응기가 지나고 익숙한 내 나라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애쓰고 노력하느라 지친 동생의 마음이 느껴졌다. 언어에 대한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 어느 나라에서든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동생의 심정을 알게 되면서, 그 마음에 깊이 들어가 그 마음을 이해하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잘해왔다고 말하는 대신에 가만히 들어주었다. 중간중간 내 말을 곁들이기도 했지만 충분히 자기 말을 하길 바랐기 때문에 급하게 내 말을 얹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 다짐이 무색하게도 내 말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동생의 말에 나는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매일 바쁘게 지내고, 일이 없는 날조차도 피아노를 배우거나 운동을 하는 등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말에 쉬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어떤 생각을 해? 첫 번째는 뭐야?"

동생이 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무엇 때문에 힘이 드는지 알고 싶었다.

"엄마는 날 왜 이렇게 못 키웠을까, 못 먹이고..."

엄마에 대한 원망을 아이 둘을 낳고 키우는 지금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그 생각이 동생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남편은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나..."

반복해서 들은 이야기였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들으니 동생이 지쳐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음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 감정으로 인해 답답해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구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그럼에도 왜 마음 한쪽이 텅 빈 것처럼 아쉽기만 한 건지 안타까울 뿐이었다. 바빠야지만 힘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그 순간을 피해 가려고만 하는 동생을 보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들어주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답을 원하고 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마음속 답을 그냥 내어줄 수는 없었다. 자신이 직접 느끼고 체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스스로 자신을 챙기느라, 살아내느라 고생했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때의 습관들이 몸에 배어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바쁘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내 안에는 무수히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말들이 동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천천히 생각해 보길 바랐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마주 바라보았으면 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흘려보내기를 간절히 바랐다.


평범한 가정에서 비교적 순탄하게 살아왔던 나 또한 내가 힘든 이유를 부모님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생각이 결코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부모님이 아닌 나 자신을 똑바로 보게 되었다. 나라는 한 사람에 대해 분석하며 나를 알아갔다. 글을 쓰며 원망을 흘려보내고 새로운 나를 맞이했다. 마음속 비어진 공간을 감사로 채워 나갔다. 그때 비로소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보이기 시작했다.




분주했던 셋째의 등원시간이 지나고 혼자 맞는 시간은 때로 적막함을 불러온다. 그토록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혼자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때 나를 다잡을 수 있는 건 오로지 감사였다. 나를 응원해 주고 지켜봐 주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생각을 하면서 힘을 낸다. 도서관에 내 책을 신청하시고는 누군가는 빌려가야 할 것 같아 대출해 오셨다는 말을 들으면서 엄마 밖에 없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도 엄마 때문에 속상했고 힘들었다고 수도 없이 울며 말했던 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는 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알아가신 듯했다.


자라오며 힘들게 느껴졌던 그 순간에 사실 엄마도 살아내느라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엄마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사랑해 주고 계셨던 것이다. 따뜻한 밥과 챙김으로 성장해 왔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건 엄마의 품이자 사랑이었다. 감사할 줄 몰랐던 나는 나를 열 달 동안 힘들게 품고 낳으신 엄마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다. 그런 나를 지금까지 놓지 않고 품어주는 엄마가 있어 어려운 순간이 와도 극복하며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 힘이 부모가 된 나에게 전해져 왔다.




지난 주말 콘서트에 다녀왔다. 1년에 한 번 연말에 콘서트를 다녀오는 나는 쭈욱 한 가수에게 올인? 해 왔다. 둘째를 낳고 가장 힘이 된 노래의 주인공이다. 12월이 다가오면 으레 콘서트에 가겠다고 예상하는 남편은 그날 바쁘니 애들 데리고 갔다 오라고 말하곤 했지만 못 이기는 척 아이들을 봐주었었다. 올해는 친정에 맡기긴 하였지만 말이다. 그것 또한 남편의 배려라고 생각하니 감사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해 주고 이해해 주는 남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3년 만에 열린 콘서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멋지고 황홀했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과 차분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가수의 목소리로 마음이 설레었다. 곡마다 바뀌는 조명색은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그 마음을 보따리에 담아 소중하게 집으로 들고 와 글로 하나씩 풀어내었다.


콘서트에서 부른 새로운 앨범의 수록곡들 중 기억에 남는 곡이 있다. '품'이란 제목으로 가수의 자작곡이다. 그 곡을 부를 때 펼쳐진 파란 조명은 유난히도 가슴을 파고들었다. 애틋한 마음이 들었던 것일까, 슬프고 아프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마음이 스며들었다.


곡 말미의 한 부분이 애절하게 다가왔다.

'참 아팠지 무서웠지 외로웠지'


가수가 어린 시절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며 쓴 곡으로, 유난히도 시리고 외롭게 느껴졌다. 그때의 감정이 지금의 가수를 있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이런 아프고 슬픈 감정이 나오는 걸까 궁금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며 외로웠던 어린 마음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되었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며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을 훔쳤다. 어쩌면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외롭고 무서웠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토닥이며 이제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 모진 시간도 사랑했었지

어린 날 지켜준 그 품처럼

이제는 내가 널 꼭 안아줄게'


그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 그때의 엄마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엄마는, 그립고 애틋한 존재인가 보다. 그녀 또한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고 있는 걸까.




음악과 노래를 사랑하는 팬으로 사진을 남겨본다. 감사했던 시간.




작가님들께 ⸜❤︎⸝‍


각자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의미는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마음은 우리에게 문을 두드립니다.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라고 말합니다. 솔직하고 내밀한 나의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스토리가 됩니다. 작가님들만의 아프지만 드러낼 수밖에 없는 말들을 꺼내 보세요. 마음의 치유는 한 걸음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여러분 마음에 울림이 되어 한단계 성장해 나가리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한 걸음 내딛으며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스스로를 증명코자 하는 이들은 각자의 스토리를 자신만의 속도로 만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 시대 예보 : 호명사회 중, 송길영


가족 안에서 흔들릴 때

그런 나를 감싸 안으며

나 자신을 토닥였습니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으로 성숙해 가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됩니다.

행복하세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