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보다는 사랑을

"무슨 일 없니?"


엄마 아빠에게서 연이어 전화가 왔다. 마치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똑같이 물으신다. 무슨 일 없냐는 반복된 물음에 왜 그러냐고 되물어 보지만 항상 내가 걱정이라고만 하시고 정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으신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브런치 글을 읽으신 것 같았다. 남편과의 불통으로 인한 답답함이 담긴 글을 보신 건지, 아빠는 남편의 어떤 말에도 대꾸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신다.


"엄마 아빠는 네가 제일 걱정이야.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하하. 갑자기 뜬금없이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는 그만 웃어버렸다. 이전에도 자주 한 말이었지만 듣다 보면 불쌍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속이 상했다. 또 그 소리,라는 말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나는 절대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웃어넘겨버렸다. 부모님은 내가 남편으로부터 고통받으며 힘들게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듯했다. 하긴, 좀 속 썩였어야지. 그래도 그렇지 아침부터 김 빠지는 소리라니. 그런 걱정은 자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아직도 모르시는 건지.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라는 절망에 빠져버린 목소리였다.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아이들 교육도 잘 시키고 있고 걱정하던 첫째 아이 치아 교정도 하고. 남편과 투닥거리다가도 금방 화해하고, 우리를 반겨주시는 시부모님, 시할머니도 계시는데 부모님은 내가 왜 걱정거리라고만 하시는 걸까? 직장에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 열심히 글을 쓰고 있고, 나만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으로 나라는 한 사람을 정의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너는 늘 걱정이야,라는 말을 달고사시다니. 나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부모님이다. 내가 그렇게도 불쌍해?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걱정이 사랑인 건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부모는 자녀가 손주를 볼 나이가 되어도 걱정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보았지만 부모가 된 나는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드러내놓고 네가 걱정이야,라고 말하기보다 아이들이 잘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희망을 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부모인 나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백 퍼센트 온전하다고 할 수 없어서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란다.


자녀의 입장에서 친정부모님의 말은 여전히 부모에게 짐스럽고 애물단지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걱정된다는 말속에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마음이었다. 그 말을 통해 얻고 싶은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걸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을까? 혹 제발 잘살아달라는 부탁일까?



네가 있어 기쁘다는 말보다 걱정이다,라는 말을 들어왔다. 부모님은 걱정하는 마음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나는 부모에게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고 자랑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좌절감이 올라왔다. 부모에 대한 인정은 죽을 때까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에게 정서적 욕구 설계도가 있다면 절반 이상은 '인정'이라는 부분이 차지하고 있을 것만 같다.


누구도 아닌 부모에게다. 어떤 조건 없이도 나 자신에게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부모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살아갈 자본과 직업이 있어야 하고,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가 있어야 한다.

자녀가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겠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부모가 만족하기 위한 조건은 아니었을까? 그 조건에 못 미치는 내가 힘들고 불행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걸까?


부모의 도움이나 지원 없이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부모님은 세입자의 설움을 제대로 느끼며 살아오셨다. 그에 비하면 천국과도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나인데, 어찌하여 불행한 상황 속에 나를 집어넣고 있는 걸까?


어쩌면 아빠의 머릿속에 힘들게 고생했던 어린 시절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아빠는 결혼하면서 절대로 엄마에게 화내지 않고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는데, 그 이유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다정하지 못하고 화만 내셨던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평생 힘들게 했고, 할머니는 병으로 세상을 뜨셔야 했다. 화가 났을 때 거친 모습을 보이는 사위와 자신의 아버지가, 그로 힘들기만 하셨던 할머니와 내가 아빠의 시선에 겹쳐 보이는 걸까? 아빠의 무의식에 말이다. 깊은 마음속에 엄마(할머니)를 지켜주지 못한 울분이 남아있는 것일까?


8~9년 전, 남편과 내가 갈라설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셨던 아버지는, 자신이 나와 아이들을 책임지겠다고 하시면서 한집에서 같이 살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부담이 되셨는지 우리를 놓으려 하셨다. 지금도 아빠는 나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걸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좌절감을 느끼고 계신 걸까? 내가 느끼는 아빠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주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아주 먼 옛날 아빠의 어린 시절로.



마음이 편해졌다. 아빠를 이해하고 나니 걱정이다,라는 말에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내가 부모님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

'네가 태어나서 기뻤고 내 딸이어서 좋아. 넌 뭐든 잘할 수 있어. 잘 안 되면 다시 하면 돼. 네가 잘 되든 그렇지 않든 넌 내 자식이고 내 딸이야. 엄마 아빠가 뒤에서 늘 지켜보고 있으니까 우리 딸 힘내.'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어도 부모님의 사랑과 응원이 그립다. 나라면 자녀가 힘들 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결혼한 자녀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나도 네 마음 알아. 부부가 마음이 맞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 엄마도 아빠하고 다투고 나면 마음이 힘들고 무거웠어. 너의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야. 화도 나고. 하지만 네 마음이 버티기 힘들 땐 언제든 찾아와.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게. 우리 맛있는 거 먹고 툭툭 털고 일어나자.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 더 성숙해진 자신을 볼 수 있을 거야. 엄마는 믿고 있어. 그러니 힘내. 우리 같이 힘내자."

따뜻한 응원 한마디면 충분하다.



작가님들께 ⸜❤︎⸝‍


작가님들은 오늘 부모님 혹은 자녀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어떤 마음이었나요?

어떤 말을 듣고 싶으신가요?


저는 부모님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작가님들께 행복 에너지를 전합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가족 안에서 흔들릴 때

그런 나를 감싸 안으며

나 자신을 토닥였습니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으로 성숙해 가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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