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난다

나의 불안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 불안하다. 남편이 무섭다. 협박하는 말투와 말. 언제부턴가 남편은 내게 온통 다른 사람의 낯선 눈빛을 하고 날 쳐다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리가 부부로서의 연이 언제까지 가게 될까. 두렵다. 행복하게 백년해로하고 싶었고, 아이들도 행복한 가정 안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점점 웃음보다 눈물이 마를 새 없는 하루하루가 지속되고 있다. 턱턱 막히게 하는 그의 말로 인해 불안에 떨게 된다. 더 이상 수평적인 부부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내게 명령을 하고 자신의 허락 없인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내게 손을 댄 그 이후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가슴은 두근거리고 눈이 풀리려 한다. 아이의 떼쓰는 소리로 화가 난 남편이, 씻으려 옷을 벗은 둘째의 엉덩이를 파리채로 찰싹찰싹 때렸다. 그래 참자, 그만하겠지 하며 잠잠 코 있다 퍽 하소리가 들려와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이를 감쌌다. 아이를 씻긴 후 옷을 입히고 차분히 이야기하자 했는데 이미 흥분 상태인 남편은 지금 당장 혼내야겠다고 한다. 제발 흥분을 가라앉히라 말해도 나의 말에 그는 더 날뛰었다. 참다 참다 나는 당신 이거 성폭행과도 같다고 말했다. 7살인 둘째의 몸을 더 이상 봐서도 안되지만 벗은 채로 때리는 건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용감하게 말했다.


그러다 그는 나를 방으로 데려가 팔 안쪽을 꼬집고 내 머리 위를 주먹으로 세 번 내리쳤다. 내 다리도 걷어찼다. 그는 미안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부분을 꼬집은 걸 보고 경악 했다. 내 겨드랑이 바로 밑쪽, 그러니까 반팔 옷으로 가려지는 위쪽 부분에 시퍼렇게 멍이 남았다.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어 사진을 찍어 두었다. 다음 날 나는 남편에게 멍 자국을 보여주었고, 그는 "왜 또 사진으로 찍어 놓지"하며 우스운 듯 이야기했다. 내게 손을 댄 다음 날은 추석 연휴 첫날이었다.


결국 나는 아이들과 작은방으로 들어가게 됐다. 아이들은 무서웠는지 방 안쪽에 있는 베란다로 들어갔고 남편은 나오지 말라며 불을 끄고 문을 잠갔다. 순간 두려움에 떨었지만 다행히도 남편은 다시 문을 열어주었다. 대신 둘째 아이가 자기 잘못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밥을 주지 말라며 협박을 했다. 나는 "그래도 밥은 먹여야지"라고 말하고 가까스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아이들 저녁을 먹였다. 이 날 이후 남편은 더욱더 의기양양 해졌다. 멍자국을 시댁에 가서 보여주었는데,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나에게 다가와 엉덩이를 살살 만지며 미안해하고 장난스레 말했다.


나는 마음이 풀리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면 바보가 될 것 같았다. 나는 그의 공격성에 점점 무기력해 갈 것이고, 내게 손을 댄 이상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게 될 것이 뻔했다. 남편은 점점 무서워져 간다. 내일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할 곳에 아기를 데려가야 하는데 "누구 하나 코로나에 걸려오기만 해 봐.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어떻게 할지 몰라." 하며 협박을 했다.


내게 손을 댄 그날 자격증 공부를 해왔던 협회의 소장님께 전화가 왔었다. 나는 전화가 울리는 걸 들었지만 남편이 내 핸드폰을 본 후 전화를 꺼버렸고 던져버렸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남편은 소파 위에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가까스로 핸드폰을 다시 쥐게 된 나는 전화가 온 상대가 누구인지 보았고 협회 소장님에게 전화가 온 걸 확인하였다. 소장님이 강의를 하러 가시는 길에 우리 집 앞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 참관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시겠다고 했다. 좋은 기회란 걸 알았고 그래서 가겠다 말씀드렸는데 남편에게 얘기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남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말을 했다.


남편의 반응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아이를 사람 많은 곳에 데려가고 가서 식사라도 하면 어쩔 거냐고 화난 말투로 이야기했다. 나는 오후에 가니까 점심 먹을 일 없을 거라고 둘러댔다. 그러다 강의가 있기 전날인 오늘 남편은 내게 몇 시에 가냐고 물었고, 나는 11시쯤 갈 거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그러다 남편은 가서 점심 먹을 거 아니냐고 누구 하나 코로나 걸리고 오면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협박성 멘트를 날리게 된 것이다. 나는 협박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다 그의 표정과 말투가 너무나 무서워 다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부모님이 집에 와 계신다. 불안해진 나는 아빠 엄마가 계신 방에 가서 남편이 한 말을 그대로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아빠는 당장 남편에게 가서 주먹을 날리시려 했다. 엄마와 나는 안된다며 간신히 말렸다. 부모님께 드렸던 삶은 달걀도 드시지 못한 채 우리는 잠자리를 준비해야 했다. 지금 부모님도 아이들도 잠이 든 상태이고 남편만이 잠에 들지 않고 자신의 방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다. 남편이 있는 방 건너편에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불안 불안 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혹여나 남편이 보면 어쩌나 싶어 글을 쓰며 계속해서 저장을 하고 있다. 언제든 끌 준비를 하며 말이다.


도대체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무섭다. 부부관계는 수평적이어야 한다는데 난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와 더 이상 상의라는 건 없다. 그는 내게 명령을 할 뿐이고 허락을 하고 말고 결정하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다. 이상하게도 요 며칠 그는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아이의 잉잉 대는 소리를 잠시도 참지 못하고 매를 가지고 와서 아이의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렸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온 집안을 메웠고 큰 아이는 무서움에 떨며 자기 방으로 도망쳤다. 큰아이는 집이 지옥이라 말한다. 이렇게 무서움에 떨다가도 아빠가 아무렇지 않게 티브이를 보면 큰아이는 아빠 곁에 앉아 티브이를 본다. 큰아이도 점점 아빠의 폭력적인 언행에 무기력해지는 건 아닌지, 아무렇지 않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렵다.


나는 온통 두렵고 무섭다, 불안하다를 반복하며 써 내려갔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 건지. 나는 아이들을 떼놓고 나올 수 없다. 남편은 내가 알아서 떨어져 나가길 기대하는 것일까. 정말 나를 싫어해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종잡을 수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아이가 잘못될까 하는 두려움이 그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음은 알지만, 그 두려움을 나에게 폭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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