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를 다스리는 시간

나만의 꿈과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워보고 그림을 그려나가는 중이다. 때론 현실에 치이며 지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할 때도 있지만 내가 지금 있는 이 공간과 상황, 나만의 시간들을 사랑하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도 있다는 말도 있고 나를 가로막는 나만의 생각들이 있어도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싶다. 지금의 과정 또한 기록해 둘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 인식하고자 한다. 이 순간들을 또렷이 기억해 내고자 오늘도 나는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린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 노트북엔 사연이 있다. 남편이 회사에서 사용하던 것을 가져온 것으로 코드를 꼽지 않으면 켜지지 않는다. 노트북 자체를 갖고 다닐 수 없어 집에서만 사용한다. 이 노트북이 없었다면 글도 제대로 쓸 수 없었을 것이고, 다른 작업들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 굉장히 고마운 물건인데 남편은 화가 날 때마다 이 노트북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강조한다. 내 것인데 왜 사용하냐며 코트를 뽑는다던지 혹은 엎어버린다든지 하는 등 이 노트북엔 나의 눈물 자국과 한숨들이 붙어있다. 나름 귀하게 생각했던 내 자료들이 날아갈까 전전긍긍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코드를 콘센트에 꼽지 않고는 사용이 안 되는 이 노트북은 어쩌면 날 닮았을까. 새 노트북을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은 안되지만 어쩐지 애착이 간다. 코드만 꽂으면 작동되는 이 노트북처럼 나의 인생도 그러하지 않을까. 세상과 연결될 고리가 있다면 어디든 훨훨 날아갈 수 있을 텐데 아직 나는 연결 코드가 없어 이리도 내 안에만 갇혀있는 것 같다. 아직 어린 셋째로 인해 집 안에만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날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남편이 될 수도 있고, 내 마음속에 있는 날 거부하는 어떤 존재 때문일 수도 있으리라.


매 순간이 내게 만족스러울 수도 없고 행복할 수도 없다. 날고 싶다가도 날지 못하는 날 보면서 한숨을 내 쉴 때도 있다. 문을 열고 아파트 현관문만 나가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나는 왜 그러고 있지를 못하고 있는 건지 아직 준비가 덜 되어있는 건지 나 조차도 잘 모르겠다. 글을 써도 누군가는 글을 도구로 돈을 벌고 소통도 하는데 내겐 핵심적인 무언가가 빠져있어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와 주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고...


그래서 난,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사랑하기로 했다. 나를 붙잡는 요인들을 자꾸 밖에서 찾으면 찾을수록 남 탓을 하는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계속해서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동경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도 나를 갈고닦는 수양의 시간이라 여길 것이다. 집안에 개혁을 일으켜 폭동을 만들지 않고 내 마음속에 요동치는 감정들을 다스려 결국엔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수기치인(修己治人), 이란 말이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고닦은 후에 남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나 자신에게 접목해 보려 한다. 선비들이 끊임없이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하며 자신을 갈고닦았다 하듯이 나도 이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갈고닦을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하는 목적 또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기 위함이니, 수기치인의 뜻과 내 삶의 가치관이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느낀다.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 섞인 글을 이렇게 공개된 곳에 올린지도 7~8개월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마음도 요동쳤고 남편과의 관계도 요동을 쳤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1년 생일을 맞이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는다. 성큼성큼 걷다 보니 얼굴에 멍도 들었다. 파랗게 멍이 들었던 자국은 걷기가 능숙해질수록 옅어져 갔다. 이젠 기어 다니는 것보다 걸어 다닐 때가 더 많다. 나 또한 공부와 글쓰기를 통한 수양으로 마음속 멍들을 지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나를 가로막던 생각들은 버리고 나를 다스린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의 키도 훌쩍 자라 있겠지. 이런 나만의 다스림 또한 기록으로 남아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오늘도 나는 나를 다스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에게로 떠나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