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힘드세요?"
"그러셨군요."
당신은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길 바라나요? 혹은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었던 누군가가 있나요?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감정을 모르고 스쳐 지나갈 때가 많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가슴에서 원인 모를 서운함이 밀려오거나 답답함과 짜증이 올라오지는 않으신가요? 갑자기 일이 잘 안 풀린다던가 자신 혹은 상대의 한마디로 관계가 틀어질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여러분들은 갑자기 올라온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이유를 알지 못해 괜히 상대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자신을 향해 탓하는 말을 던지지는 않으시는 지요.
2022년의 마지막 12월입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만남, 회사 동료들과의 송년회, 가족들과의 모임 등등 바쁜 연말을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바쁜 듯 바쁘지 않은 듯 고요한 듯 고요하지 않은 듯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민간자격증으로 심리학 공부를 하고, 같이 공부하는 분들과 한 달에 한 번 북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심리학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책을 가까이하려고 애쓰지 않았을 텐데, 수업을 통해 알게 되는 책들을 생각보다 잘 읽고 있고 잘 읽혀서 신기합니다.
심리학 관련 책들을 읽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당신의 감정은 어떠신지, 자신의 감정과 잘 마주하고 계신지 안부를 묻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감정과 얼마나 마주하고 계신가요?
사람에겐 누구나 긍정적 수용을 받았던 경험이 평생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된다고 합니다. 제겐 프랑스에 사는 친한 동생이 있습니다. 그 동생은 대학을 졸업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뉴욕 한 도로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다 어느 한 남성이 말을 걸어왔고, 그 분과 결혼하여 프랑스에서 아이 둘을 낳고 자신의 일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동생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넌 어떻게 그렇게 쉬지 않고 꾸준히 일을 할 수 있어? 그리고 우리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적응도 잘하고 일도 잘 해낼 수 있어?"
동생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나에게 늘, 넌 뭐든 잘 해낼 수 있어. 엄만 널 믿어. 넌 최고야. 라고 말씀 해주셨어. 그 기억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어서 어떤 일이든 무서워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었어 "
순간 머리가 띵 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저의 부모님께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었거든요. 제가 생각하기로 저의 부모님은 저에 대해서도 그렇고 저의 진로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셔서 저 스스로 알아보고 결정해야 했습니다. 나를 알아주지 않았다는 서운함은 저의 결혼 생활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남편과의 사이에서도 서툰 저를 발견할 수 있었죠.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또 상대를 감정과 욕구를 가진 개별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또 책을 통해서도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긍정적인 수용을 받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 경험이 여러분 인생에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나요? 저는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고, 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 아이들에겐 긍정적인 수용을 많이 해줄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아이들의 말과 감정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간혹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게 되더라도 미안하다 사과를 하고 저의 감정이 상한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그래서 확실히 공부를 하기 전과 한 후에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아이들을 대하는 저의 모습이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둘째 아이는 고집이 세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바로 생떼를 놓고 심하게 울어댔었는데, 공부를 한 후엔 그런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려 노력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네가 화가 나고 짜증이 났구나."
이 한마디면 끝이 났습니다. 아이는 더 이상 울고 보채지 않고 자신이 화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언니와 동생과 함께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감정의 날씨는 어떠신가요?
오늘처럼 눈이 오는지요? 혹은 비가 내리나요? 따뜻한 햇살이 마음을 비추고 있으신가요?
오늘 아침엔 눈이 펑펑 내렸어요.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전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어 찡찡 댔는데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자마자 신나서 등원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아이가 낄 장갑을 고를 수 있도록 장갑들이 담긴 봉지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oo야, 어떤 장갑 낄래?"
아이가 답합니다.
"오리 그림 그려진 장갑 낄 거야"
밥을 먹는 내내 쏟아지는 눈을 보여 아이가 신나 했습니다.
아이는 밥을 다 먹고 신나게 이빨도 닦고 세수도 하고 양말도 신고 외투도 입고 마스크도 꼈습니다.
그런 아이를 보니 제 가슴도 뛰었습니다.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이렇게 예쁜 모습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언젠가 나이가 들고 육체적인 헤어짐을 맞이하게 될 텐데 그땐 아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살짝 미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예쁜 세 딸이 있어서 행복하고,
예전엔 몰랐던 '감정의 알아차림'을 이젠 알 수 있고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요.
오늘 여러분의 감정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