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설거지하듯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까?

끝이 없는 설거지와 집안일

끝이 없는 마음 청소


매일 아침 이불을 탁탁 털어 개듯이

내 마음의 먼지를 털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먼지를 털어내니 햇빛에 먼지가 선명히 보인다.

먼지를 내보내려 창문을 열었다.


먼지처럼 떠다니는 나의 온갖 잡다한 마음들도

창문을 열어 떠나보냈으면 좋겠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온 방안을 가득 메운다.

환기를 마친 방안의 창문을 닫는다.


내 마음의 창문도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한다.

세제를 묻힌 수세미로 그릇을 문질러 따뜻한 물로 씻어낸다.

뽀득뽀득한 그릇을 보니 기분이 좋다.


내 마음의 그릇에도 마음의 세제를 묻혀

따뜻한 물로 씻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마음들, 부럽고 미운 마음들, 속상한 마음 등등

나의 맘 속에 달라붙은 감정 찌꺼기들을 물로 씻어내어 흘려보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 설거지하면서

내 마음도 씻어내고 싶었다.


매일 반복되는 설거지와 집안일처럼

내 마음도 매일 깨끗이 청소하기를 바랐다.


깨끗이 씻어낸 그릇들을 잘 말려 찬장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내 마음도 마음의 선반에 윤이나는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놓기를 바랐다.


마음이 늘 상쾌하고 깨끗할 수는 없다. 좋았다 실망했다를 반복한다.

칭찬에 마음이 황홀해지고 들뜨다가도 이내 마음은 제자리로 돌아가려 애쓴다.


구구절절 모든 일들을 나열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바닥 끝까지 내려간다. 자꾸만 탓하고 싶은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내 마음을 바라본다. 하늘을 보며 오늘의 날씨를 가늠하듯이

내 마음도 바라보며 날씨를 가늠해본다.


다음 날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찬장에서 그릇을 꺼낸다.

요리한 음식을 깨끗한 그릇에 담아낸다.

깨끗하게 비워낸 나의 마음의 그릇에 또 다른 감정을 담아낸다.


오늘 내 마음의 그릇에는 어떤 감정이 담길까?




나는 아직도 어렵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심리학 공부를 통해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웠지만

나의 욕구와 감정들을 드러내는 것이 아직도 어렵다.


불편한 감정들은 얼른 씻어내고 싶다.


지난 주말 친정식구들과 식사를 했다. 밥을 먹다 첫째 아이의 마스크에 음식물이 묻었다.

마스크를 식탁에 두어서 옆에 앉았던 친정엄마가 음식을 먹다 마스크에 음식이 튄 것이다.


아이는 곧바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밥도 먹다 말았다.

그걸 본 친정언니는 첫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 있는데서 그렇게 기분 나쁜 거 표현하는 거 아니야"


이모의 다그침에 아이는 억지로 무표정으로 만들었다.

아이는 이모의 눈치가 보였는지 식사를 마치고 식탁 위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친정 식구들과 만났을 때 나에게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언니가 미웠다.

엄마와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 없어도 희희낙락 웃으며 이야기도 잘하는데

나와 이야기할 땐 전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너의 이야기를 하거나 감정 표현을

하지 말라던 언니의 말이 생각났다. 자신이 첫 직장에서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일할 수 있던 비결이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란다.

그래서 언닌 회사 밖에서 사적으로 만나는 동료가 없다.


나는 사람 간의 진솔한 대화가 좋다.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들어낼 수 있는 깊이 있는

그런 관계가 좋다. 그래서 난 마음을 열 수 있는 상대가 없으면 관계를 잘 맺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핑계로 관계를 잘 맺지 않았던 나는 한 번씩 외로움을 느낀다.

애기 엄마들과 한 번씩 만나도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거나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으면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지 않았다.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오로지 아이들 이야기뿐이니

서로 친구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여전히 혼자다.


줌으로 사람들과 만나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감정을 숨기려고 한다.

진짜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나의 이야기는 하지만 줌으로 만나는 선생님들과의

관계에 대한 마음은 솔직하게 표현하지는 못한다. 유일하게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어렵다.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들으면서도 여러 감정들이 오간다.

혹시나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말을 길게 하지 못한다.

줌이지만 편하지 만은 않다.


여전히 관계는 극복해야만 하는 것일까?


오늘 설거지를 하면서 불편한 감정들도 물로 씻어내 흘려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을 잘하지 못해 혼자 삭이거나 이렇게 글로 풀어내는데

요샌 글로도 다 표현해 내지 못하는 것 같다. 프로불만러인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마음속 깨달음들을 전하고 싶은데 불편한 감정들이 나를 방해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자꾸 불편한 감정들이 떠오르지만 그 감정들이 나타나게 된 이야기들을 써 내려갈 수 없었다.


내 글을 구독하는 남편과 나를 실제로 아는 분들이 볼까 싶어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다 답답함이 밀려왔다. 잠은 자야 하는데 자고 싶지 않았다. 몸도 피곤하고 잠도 오는데

계속 음악만 듣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잠을 자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하는 건 몸을 망가뜨린다는 걸 알기에

어쩔 수 없이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오직 글쓰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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