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건 없는 사랑을 하고 싶다

내 사랑은 '밥'을 타고 그렇게 너에게로 갔다.

놓쳐버릴지도 모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건 너를 향한 내 진심 어린 사랑뿐이다.




지난 주말 시동생 가족이 다녀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맙고 또 고마웠다. 헤어짐이 아쉬워 붙잡고 싶었지만 시동생 가족의 일정이 있었기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눈까지 많이 와서 시간을 놓치면 길 위에서 하루를 보내야 할지도 몰랐다.


시동생 가족이 떠나기 전 나는 아침밤을 차려주었다. 늘 우리 가족이 먹던 대로였다. 밥을 새로 안치고 전 날 사 온 돼지고기에 양념을 해 버무렸다. 그 사이 육수 티백을 넣은 냄비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육수가 끓는 동안 김치를 썰어 참기름을 두른 냄비에 고기와 함께 볶았다. 어느 정도 볶은 후 육수와 김치 국물을 넣었다. 늘 집에서 해오던 대로였다.


여기에 반찬이 없으면 아쉬울 것 같아 계란을 풀어 전자레인지 용기에 담은 후 전자레인지에 넣어 계란찜을 만들었다. 밥통에서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밥통을 여니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찰진 밥이 보이니 참 반가웠다. 매일 보는 밥임에도 오늘따라 더 반가웠다. 동서와 서방님에게 줄 밥이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우리가 이사 온 지 4년 만에 찾아온 귀한 손님이었고, 그들에게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밥을 해주게 되었기 때문이다. 포장해 온 음식들이 아닌 오로지 내 손으로 만든 음식들이었다.


보통 집에 손님들이 오면 집밥을 차리기보단 내 솜씨가 부끄러울 것 같아 늘 음식을 포장해 오거나 배달을 시켰다. 친정식구들이 올 때도 밥만 안치고 식구들이 사 온 재료로 같이 요리를 해 먹었다. 손님에게 직접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내는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식을 식탁 위에 올리면서 동서와 서방님 입맛에 맞을지 걱정이 되어 동서에게 "집에서 늘 하던 대로 한 건데 맛이 어떨지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를 업고 서서 밥을 먹었다. 평소보다 많이 먹지 못했다. 내가 한 음식을 동서와 서방님이 잘 먹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맛이 없진 않았던 것 같다. 서방님은 김치찌개를 그릇에 두 번이나 담아 먹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숨을 속으로 내쉬었다. 조카들도 돼지 불고기를 밥에 올려 먹었는데 입맛에 맞았는지 잘 먹었다. 동서는 조카들에게 "큰엄마가 직접 만드신 거야."라고 말하며 내 위신을 세워주었다. 그리곤 아이들을 대신해 "큰엄마 너무 맛있어요"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먹을 만 해?"라고 웃으며 답해주었다.


그동안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만 요리를 했었는데 이렇게 다른 가족들에게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을 하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사실 색다르다 생각하진 않았다. 당연히 아침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이니까. 동서는 괜히 미안했는지 나가서 사 먹자 했지만 이미 음식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동서도 옆에서 고기를 볶아주고 설거지도 해주었다. 나는 있다 내가 하겠다 했지만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동서를 거절하지 않았다.


결혼한 지 10년 차가 되고, 동서를 본 지도 거의 10년이 다되어 가지만 어딘가 모르게 벽이 있는 느낌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우린 알게 모르게 서로의 벽을 느껴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동서가 집에 도착하고 보낸 문자를 보면서 아주 조금은 벽이 허물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가서 준비하고 챙겨준다고 고생했다고 밥도 잘 먹고 왔다는 메시지였다. 여기서 나는 '밥도 잘 먹고 왔어요'란 문장이 눈에 띄었다. '밥', 밥은 사랑이었던가!


김치찌개를 끓일 때 김칫국물을 넣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김칫국물을 넣으면 당연히 맛있을 거야. 동서와 서방님이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그리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흰쌀밥까지. 시댁에서 느꼈던 밥의 사랑이 그대로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밥통에 밥이 남아있어도 늘 찰기 있는 새 밥을 해주셨던 시할머니와 시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나도 그 사랑을 이어받아 동서와 서방님에게 밥을 통해 내 진심을 보여주었다. 내 진심이 통했던 걸까? 투박하지만 잘 먹고 간다는 서방님의 말이 참 고마웠다. 동갑이지만 참 어색한 사이다. 나도 서방님이라 직접적으로 부르지 못하고 서방님도 나를 형수님이라 부르지 못하니...


아무튼 밥은 사랑 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