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너를 더 많이 사랑해도 되겠다는 것을.
내가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는지, 받아야 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 깨달음이 왔다. 내가 그댈 사랑하면 그대도 날 사랑한다는 것을.
남편에게 오랜만에 사준 회색 니트를, 남편이 자주 입고 다닌다. 출근준비를 하며 내가 사준 니트를 입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여보 옷이 잘 어울린다. 카라 있는 옷도 잘 어울리네".
아이들 장난감 방이었던 곳을 남편 방으로 바꾸었다. 아이들 장난감과 가구들을 밖으로 내오고 남편만의 방으로 남편이 직접 정리를 했다. 훨씬 깨끗해지고 정돈된 모습이다.
출근 준비하는 남편에게 나는 "여보 방에 액자 하나 걸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남편이 "어떤 거?"하고 묻자
나는 "해바라기 그림 어때? 당신 해바라기 그림 좋아하잖아. 비즈로 해볼까?"라고 말했다.
(남편은 해바라기 그림을 참 좋아한다. 재물운이 들어오는 그림이라나?)
남편은 특별한 말 없이 웃었다.
그동안 남편은 아침에 출근할 때 잘 못 일어나는 나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출근할 때 일어나서 배웅하길 바랐었는데 피곤하다는 이유로 잘 일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아이들과 일찍 잠에 들고 새벽에 일어나 보기로 했다. 일어나도 다시 잠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뒤척이던 막내가 배가 고팠는지 울어대 아이를 안아주어야 해서 잠을 완전히 깰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니 다시 잠에 들었다. 덕분에 나는 노트북 앞에 앉을 수 있었고,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할 수 있었다.
출근 준비를 하는 남편 옆에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니 남편은 싫지 않은 듯 농담을 하며 받아주었다. 남편이 바란 것이 이런 거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뿌듯했다. 사랑도 행복도 상대를 위할 때 그 가치가 발현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2주 전부터 마셜 B.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라는 책으로 소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비폭력 대화 워크북으로 과제를 하면서 생활 속에서 나와 남편의 대화를 유심히 관찰해 기록하고, 대화 패턴을 알아가니 말을 더 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감정이 상할 수 있는 남편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차분히 감정조절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기분 좋은 선물을 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남편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요즘 왜 이리 나긋나긋한데?"
이 책을 토대로 모임을 가지면서부턴 싸울 일이 없어졌다. 그러니 남편이 사랑스러워 보이고 고마운 존재로 느껴졌다. 아이들도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게 느껴졌다. 남편과의 사이가 원만해지니 아이들을 볼 때도, 화가 나는 순간에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해결해야 될 문제들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의 모습에 감사하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어젠 남편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갑자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큰 아이는 "엄마 원래 기분 좋았어."라고 말했다.
나는 "그러게 엄마 기분이 좋아. 즐거워."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기분 좋은 변화들을 만나고, 그 변화들로 좋은 경험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내가 그댈 사랑하면, 그대도 날 사랑하고
그대가 날 사랑하면, 나도 그댈 사랑한다.
삶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가슴에서 우러나와 서로 주고받을 때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서 흐르는 연민이다.
- 마셜B. 로젠버그
비폭력은 우리 안에 잠재해 있는 긍정적인 면이 밖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이기심, 탐욕, 미움, 편견, 의심, 공격성 대신에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존중, 이해, 감사, 연민, 배려가 우리 마음을 채우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