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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창작의 과정

조언과 충고가 조심스러운 이유 -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창의적인 것이다

사람은 자기중심으로 자기를 바라보기 때문에 기억이란 늘 왜곡된다. 좋았던 기억 슬펐던 기억 모두 다 주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억을 함부로 누구도 평가할 수도 판단할 수도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에도 스킬이 있고 방법이 있기 마련이지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뿐이다. 자신만의 공간인 이곳에서 조차도 비난이나 비판, 판단, 조언 등의 말을 들으면 섭섭하고 서운하다.


나를 표현하고 싶어 온 이곳인데 글의 방향이나 주제에 대해 평가가 섞인 말을 들으면 창작의 의지가 꺾여 버린다. 글이란 것도 독자를 위한 것도 있지만 나의 글은 결국 나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책으로 내는 과정은 이곳에 글을 올리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라 생각한다. 창의적인 것은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글에 대해 평가하거나 판단할 수 없다. 책으로 나오는 건 그다음 이야기다.


생각에는 자신의 욕구와 느낌이 담겨있다. 이 둘은 절대로 평가받고 비판받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람은 욕구와 감정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개별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개별적인 생각과 느낌은 있는 그대로 소중한 것이다. 옳고 그름과는 또 다른 것이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선택일 뿐이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낼 필요는 없다. 드러내서 불편하다면 그 불편한 감정을 바라보면 된다.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는 원인을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감정도 하나의 스토리가 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각각의 캐릭터가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듯이, 대사와 표정만으로도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과 그것을 하면서 느끼는 세밀한 감정들을 나열하다 보면 또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된다.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내가 느낀 하나의 감정 때문이듯이 말이다.


나의 어떤 글에 댓글이 달렸다.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글을 퇴고하면서 방향성을 정하라는 조언이었다. 이 댓글을 본 즉시 기분이 나빴다. '자유롭게 쓰기 위해 온 이곳에서 왜 글에 판단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에 답을 달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감사하다 해야 할지 그렇게 해보겠다 해야 할지 도저히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알지도 못하는 분의 댓글을 보고 화가 나는지를.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 책도 내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나의 바람이고 욕구이다. 사람은 개별적인 존재이듯 내 욕구 또한 개별적이라 소중하다. 그런데 그 소중한 마음을 짓밟힌 느낌이었다. 나름 애쓰고 노력해서 쓴 글인데, 며칠 동안 생각해 내서 쓴 글인데 그 마음을 무시당한 느낌이었다. 화도 나고 속상했다. 그래서 조언이나 충고, 판단은 쉽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댓글을 올리는 것도 개인의 자유이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 고민해 보고 올려야 한다. 모두의 생각은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울 때도 사람을 대할 때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듯이 글도 존중받아야 한다. 존중이라는 것은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글로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떤 외모를 가졌을 거라고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자신에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도 그것을 표현하기까지 많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무조건 적인 칭찬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실 적인 조언도 분명 필요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마음껏 뿜어낼 수 있는 이곳에선 예외인 듯하다. 왜냐하면 자신은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고 잘 성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생각, 감정, 느낌들을 글로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조언이나 충고를 할 시 고유한 자신의 느낌은 사라지고 만다.


부정적인 댓글을 보면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내 글 때문에 마음이 상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를 탓하게 된다. '나 때문에...'라는 생각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한다. 다른 글을 쓸 때도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심스러워져 이야기가 진전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평가나 조언등의 말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글로 연결된 사이임으로...





당신이 내게서 받아갈 때
나는 어느 때보다 받는 기쁨을 느껴요.
그것은 주는 나의 기쁨을 당신이 이해해 주기 때문이에요.

또, 내가 주는 것이
당신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사랑의 표현임을
당신이 이해해 주기 때문이에요.

즐거운 마음으로 받는 것이
가장 크게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떼어놓을 수는 없네요.
당신이 나에게 줄 때,
나는 받음을 당신에게 주는 것이고,
당신이 내게서 받아갈 때,
나도 진정으로 받는 느낌이에요.

- 루스 베버마이어

(마셜 B. 로젠버그, 비폭력 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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