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었다. 그날도 나는 어김없이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고 있었다. 창밖으로 미세한 불빛 하나가 비쳤다. 점점 빗소리가 거세졌다.
아이와 여자 2
알 수 없는 굉음소리가 온 마을을 뒤집었다. 여자는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눈을 질끈 감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여자는 굳어져 움직이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떼 보았다. 까만 세상 속 웅크린 여자는 창밖의 가로등 불빛을 쳐다보았다. 거센 빗소리가 온 집안을 깨웠다. 여자의 굽어진 등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디선가 찢어진 소리가 들려왔다.
굽어진 등 뒤로 아이가 서 있었다. 흐려진 두 눈 사이로 희미한 빛을 보았다. 마치 무대 위 핀 조명처럼 한 여자를 비추는 한줄기 빛을 아이는 보았다. 딸깍. 온 집안이 환해졌다. 여자는 감은 눈을 떠 보았다. 찢어진 눈이 거기 서 있었다. 커다란 알 속에서 그 두 눈이 여자를 쳐다보았다.
아이는 충혈된 두 눈의 여자를 보았다. 그 어떤 표정도 없는 그 눈은 그렇게 오랫동안 빨간 두 눈을 쳐다보았다.
안개
안갯속을 헤매다 아이가 큰 동그란 두 알을 코에 걸쳤다. 아이는 코를 만지작 거리다 고개를 푹 숙였다. 아이는 화장실로 걸어갔다. 화장실 바닥의 물기가 말라가고 있었다. 아이는 말라가는 바닥의 물기가 남긴 자국을 보며 말했다. 안녕...
아이는 오늘도 집에 없었다. 책상 위 동그란 두 알 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 두 알은 덩그러니 그곳에 앉아 있었다.
아이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저 멀리 긴 줄이 보였다. 건물 밖으로도 이어진 그 긴 줄 속으로 아이는 들어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이가 건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아이의 긴 두 눈 속 보일 듯 말듯한 검은 눈동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반쯤 보이는 검은 눈동자는 그 긴 줄을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했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다시 안개를 만났다. 커다란 두 알을 찾아 헤매었다. 안갯속 희미한 불빛이 두 알을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