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작은 습관이 모여 바다가 될까
수많은 정보가 들은 패드를 보지 않으면 정말 우리의 삶은 뒤처지는 것일까. 순간 단과별로 학원이나 공부방을 다니는 비용보다 저렴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 혹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의 재정 상황으로 10만 원이 넘는 패드 값을 매달 지불하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패드를 10일간 체험해 보라는 홍보전화에 단호히 거절했다. 그 패드를 보고 모두가 성적이 오르고 성공의 길을 갔다면 안 시킬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당장 아이에게 국어니 수학이니 영어니 학원에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지금 당장, 은 적절치 않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금 당장 어떤 결과를 내지 않아도 매일 작은 습관으로 일주일, 한 달, 1년 후, 그 이상의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조금씩 예측 가능한 모습으로 발전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무언가를 이용해서 그 결과가 빨리 나올 거라 생각지 않는다. 순수한 자신의 노력과, 궁금한 것을 손수 찾아보는 노력은, 지식을 알아가는 기쁨을 줄 것이고, 계속해서 지식을 탐구할 힘이 생겨날 것이다.
어느 책에서 소설 '모순'의 작가 양귀자님은 매일 30분 동안 소설을 써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하루에 30분,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시간이다.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는 시간인데 자투리 시간을 버리지 않고 잠깐 짬을 내 글을 쓴다면 며칠 후 하나의 글로 완성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 방학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정신없던 날들이었다. 방학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글을 쓰지 못한 이 며칠이 내겐 한 달과도 같았다. 글은 쓰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생각이 나면 메모를 했다. 그러기를 며칠 째 드디어 노트북 앞에 앉아 원을 풀게 됐다.
새벽에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했지만 나의 몸은 정확히도 수면시간을 딱 딱 지켜나갔다. 일찍 잠이 들면 그만큼 새벽에 일찍 일어날 수 있었는데 잠이 드는 시간이 늦혀지면 늦혀질수록 새벽에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눈을 뜨면 아침이 되었고 아이들 밥을 챙기고 청소를 해야 했다. 땀방울이 방울방울 맺혔다. 더운 날씨는 평소보다 청소의 강도가 센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여지없이 더운 여름이 찾아왔고 여지없이 아이들 방학도 찾아왔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길지도 짧지도 않게 느껴지지만 땀을 흘리며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왜 그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평생을 살림하며 아이들을 키워 낸 우리 어머니들이 참 대단하다 여겨졌다.
육아와 살림을 하고 동시에 글을 쓰려니, 글에 할애되는 나의 시간이 적게만 느껴져 아쉬운 마음 한가득이지만 틈새의 시간이 모여 바다를 이룰 거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버텨냈다. 핸드폰으로 인스타와 친구들 카톡 프로필을 보는 큰아이에게 그것 볼 시간에 책을 한자라도 더 보거나 글을 써보라고 잔소리를 했다.
방학 동안 글 하나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큰아이의 말에 욕심이 생겼던 걸까. SNS 속 사람들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보기엔 좋아 보이고 행복해 보이지만 그건 진짜 모습이 아니라고, 그 사진 뒤에 숨은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이 있는 거라고, 그러니 그 시간에 네가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등 해야 할 일을 하면 분명 미래의 너의 모습은 다른 사람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을 거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비교 대상이 되는 아이들의 눈에 자신은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테지만, 마음속에 느껴지는 답답함도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답답함에 짜증을 부리고 나는 하나도 가지지 못한 거라고 생각하기보다 비교로 마음을 다칠 시간에 조금이라도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길 바랐다.
어린 시절을 지나 청소년기를 지나고 푸릇했던 20대를 지나와 보니 시간이 찰나와도 같았음을 느꼈다. 마치 반짝하고 지나온 것 같았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시간이 결코 짧지만은 않음을 알기에 이 소중한 시간을 그냥 보내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재촉하지 않으려 한다. 마음껏 행복을 느끼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하루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찰나와도 같은 이 시간은 영원하지 않음을 안다. 하루의 작은 습관이 모여 바다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