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힘들죠?

힘들고 슬퍼도, 펑펑 울어도 괜찮아

참 이상한 감정이다. 여기서 이상한 감정은 흔히 생각하는 그 이상함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쓰려하니 여러 감정이 올라온다. 생각지 못했던 연민이란 감정이다. 친언니와는 정말 다른 느낌이다. 바로 동서 이야기다.



동서와의 만남 후 울컥 올라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다. 고맙고 미안하고 안쓰러운... 토닥여 주고 싶다. 동서는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정도 많다. 늘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잘 챙기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끊이지 않았어서 괜히 어려웠다. 동갑이어서 그랬을까.


동서는 아픈 엄마를 위해 살고 있는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가고 있다. 서울에 가야 하는 날엔 두 아이를 태우고 서울로 가서 어머니를 태우고 병원에 모시고 다녀야 해서 카니발을 운전한다. 한적한 지방에서 경차만 몰던 동서는 어머니를 위해 큰 차를 몰고 그 복잡한 서울을 다닌다.


동서는 평일에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맘씨 좋은 레스토랑 사장님은 어머니 병간호로 그만두려던 동서를 배려해 서울에 가야 하는 날은 쉬도록 해주신다. 역시 살뜰하고 적극적인 성격인 동서는 남들에게 잘 베푸는 만큼 어딜 가든 좋은 인연들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동서는 고맙게도 우리를, 그리고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제 갑자기 연락했는데도 자신의 약속 시간을 조금 미루고 우리를 만나러 와주었다. 이런 게 가족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친언니는 자신의 일정에만 맞추어 약속을 잡는데, 갑자기 한 연락으로도 만나러 온 동서가 너무 고마웠다. 비교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비교하게 된다. 감정표현이 없는 언니와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가려면 애를 써야 하는데 동서하고는 다정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동서는 밝은 면 뒤에 슬픈 감정들을 숨기고 있다. 오늘도 밝은 동서의 모습에서 힘들고 슬퍼 보이는 눈을 보았다. 동서의 상황을 알아서였을까, 밝게 보이려는 동서가 안쓰러웠다.


동서의 어머니는 췌장암 말기로 투병 중이시다. 최근엔 큰 암 덩어리가 하나 더 발견됐다고 한다. 2주에 한번 받았던 항암치료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어머니가 살고 계시던 서울 집도 정리하고 자신의 집으로 모시려고 한다고 했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정말 이별을 준비하는 걸까.


나는 그동안 동서를 걱정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다니느라 정신없을까 봐 한 달에 한 번씩 하던 연락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헤어진 후 동서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니 - 불편함 없이 자주 연락하고 자주 보자는 내용이었다. - 그동안 괜히 걱정했었구나 싶었다. 몇 달 만에 만난 오늘, 서로 안심하게 된 것 같다.

동서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힘들면 힘들다 말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동서는 아르바이트에 어머니 병간호, 그리고 어머니 병원비 처리까지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동서에게 "동서, 바빠서 슬퍼할 시간도 없겠어요." 했다. 동서도 처음에 어머니의 병을 알고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쉴틈이 없어 생각할 겨를도 없다 했다. 애써 담담히 말하는 동서를 보니 동서가 꾹꾹 눌러 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동서가 늘 편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서에게 고마웠던 것이 하나 있다. 자기의 이야기를 해준다는 거였다.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것도 - 동서는 어머니가 아파 쓰러지져서 정신없이 며칠을 보냈다. - 먼저 말해주었다. 내 생일이라고 선물을 보냈다고 문자를 보낸 날 그동안 엄마가 아프셔서 정신이 없었다고, 내가 어찌 지내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이야기해주었다. 지나 생각해보니 먼저 말해주어서 고마웠다. 말해주지 않았다면 난 동서의 상황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동서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 너무 힘들고 슬프다고. 엄마를 떠나보내려니 너무 걱정되어 마음이 너무 괴롭고 힘들다고. 그 당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는 동서의 말에 나는 어떻게 어머니의 병에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하며 의문을 품었다. 동서가 슬픔을 누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울 수는 없겠지. 매일 힘들다고 징징댈 순 없겠지. 아마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많이 울었을 수도 있겠지. 남편 앞에서는 울었을까? 금실이 좋은 동서 부부이지만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어디까지 보여줄지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괜히 오지랖일까 하는 생각에 물어보지 못했던 이 말을 여기에라도 남기고 싶다. 언젠가 둘만의 대화시간이 있다면 다시 물어보려 한다.


"동서, 많이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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