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집

편지하는 마음

연재 종료

by 조연지

안녕하세요, 조연지입니다. 그동안 <진저맨의 브레드>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려 글을 적어 봅니다.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진저맨을 계속 살릴 수 있었어요. 제가 써내려 가지 않으면 진저맨은 사라지고 마니까요. 계속해서 글 앞으로 올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저맨은 너겟을 떠올렸다가 몽땅 기린을 떠올리기도 했다가 자신이 얇고 가늘게 썰어둔 더미를 보면 계란 지단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생강이 뽀얗고 노란 것은 아니었다. 갈변된 생강채 더미는 고구마튀김처럼 보이기도 했다.

진저맨은 정말로 제가 생강 써는 작업을 하다가 탄생한 인물이에요.

진저맨의 생각이 곧 제 생각이었는데, 가지각색의 생강들을 보고 있으면 닮은 것들이 꽤 많았어요. 저는 그게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섞여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사회는 자꾸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등의 기준이나 정의를 부여하는 게 싫어서 진저맨을 통해서 사회의 다수와 결이 다른 인물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물론 쉽지 않은 존재겠죠. 그래서 자꾸 자신이 없어지고 스스로와 충돌하는 모습들을 보이기도 해요.

진저맨은 사랑에 실패하지만 사랑을 포기하진 않아요. 사랑을 꿈꾸는 인물이기에 낡은 물건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름을 불러주죠. 이름이 있다는 것은 그것을 인식한다는 거예요. 물건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는 거죠. 그러다 브레드를 만나요. 진저맨에게 브레드는 좀 더 밖으로 나아가는 장치였어요. 사실 브레드와 단둘이 평생 살 수 있었겠지만 저는 진저맨이 넓은 세계를 경험하길 바랐거든요. 우유씨 또한 진저맨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돕는 인물이에요.


여긴 왜 구구빵집인가요? 과거엔 머릿속으로만 생각을 굴리던 희준이 물었다. 99까지는 우리가 할 수 있겠지만 1은 타인의 몫이라고 생각해서요.


상호작용이 있어야 온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브레드와의 교류는 자신의 세계 안에 갇히는 것이라 타인과 소통하며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진저맨을 그리고 싶었어요. 진저맨은 빵집에서 사람들과 가까이 일하며 조금씩 생각을 넓혀가게 됩니다. 이때부터 진저맨은 더 이상 진저맨이 아닌 희준이라는 인물이 되는데요, 이름이 처음 등장하고 또 이름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존중받는 희준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외부에서도, 스스로도 존중하고 있는 거죠. 진저맨과 소통하면서 저 또한 많은 것을 다짐하고 배웠어요.


희준은 아끼는 옷을 이제 잠옷으로 입었다. 하루라도 더 입으려면 모두가 잠드는 시간에라도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희준은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 신경 썼다. 원피스를 입고 브레드를 베고 누우면 미래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빵을 반죽하는 날에, 좋아하는 옷을, 자신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날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CamScanner 2025-05-01 16.26_1.JPG
CamScanner 2025-05-06 21.15_1.jpg
CamScanner 2025-05-06 21.45_1.jpg
CamScanner 2025-05-01 16.28_1.JPG


오늘은 멍하니 있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어요. 사랑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적었는데 우리 사회는 사랑받는 일도 사랑하는 일도 어렵게 만든다는 걸 상기했어요. 나도 잘 살고 있다고 되뇌지 않으면 주눅 드는 일이 잦아지니까요. 제 곁에는 일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목표를 잃지 않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을 보면서 계속할 수 있는 힘을 구하는 것 같아요. 나를 믿어주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장 고맙고요. 믿음이나 사랑, 용기를 잃기 쉬운 세상에서 나를 깨워주는 브레드, 우유씨 같은 존재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무얼 하든 스스로를 잃지 않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