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
소장은 희준을 성실하게 보았다. 제빵을 배워보지 않았지만 기계를 다루거나 한 번에 많은 물량을 들어 올리는 일에 익숙하다는 말에 면접 당일 바로 그를 채용하기로 했다. 희준은 일찍 일어나는 것에 잘 적응했다. 그는 사람 없는 새벽 거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언젠가 자신의 빵집에서 일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렇게 된다면 좋아하는 옷을 입고 출근할 수 있다. 위생복과 앞치마 안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호된다. 희준은 이번에야말로 자신에게 딱 맞는 직업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생에 직업은 여러 번 바뀐다고 하질 않던가.
선임 셰프는 아직 반죽을 다룰 수 없는 희준에게 토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굽기 직전의 빵이나 구워진 후의 빵들을 화려하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희준은 이 작업에 성실했다. 이 과정이 없다면 빵은 손님에게 나갈 수 없었다. 밀가루를 만지는 사람도 오븐을 다루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고 생각했다. 희준은 기뻐하며 자신의 손을 거친 빵들을 진열했다. 그는 위생장갑을 끼고 일하느라 손을 볼 새가 거의 없었다. 그의 손은 이제 장갑의 색을 닮아 가거나 해를 보지 않아서 희어질 수도 있다. 그는 이제 진저맨이 아니다.
여긴 왜 구구빵집인가요?
과거엔 머릿속으로만 생각을 굴리던 희준이 물었다.
99까지는 우리가 할 수 있겠지만 1은 타인의 몫이라고 생각해서요.
타인. 희준은 그동안 타인에게 1의 몫을 줄 만큼 크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비둘기가 빵 쪼가리를 좋아하잖아요.
희준과 선임이 가볍게 웃었다. 생강을 썰던 때보다 일하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았다. 같은 시간에 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창고에서 함께 물건을 꺼내고 같은 작업대에서 일했다. 희준은 나날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아무것도 필요 없는 삶은 없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삶보다 지금 더 풍요를 느꼈다. 마치 어린 시절 학교에 가 반 친구들과 어울리듯 하루하루 사람들과 정신없이 보냈다. 그동안 혼자라도 괜찮다고 생각한 자신에게 반은 틀렸다고 말하며 99까지 도달하기 위해 애썼다. 희준의 구구. 희준은 자신의 삶에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에 해당하는 타인의 시선에 영향받지 않기 위해서 내면을 가득 채워나가기로 했다.
우유씨는 희준에게 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우유씨는 구구빵집에도 납품을 하느라 희준과 자주 대면하지만 대화할 시간은 적었다. 목례나 눈인사가 전부일 때가 많았다. 희준의 각진 얼굴은 빵집에서 지내며 둥그스름해졌다. 지속적인 마주침 없이 길에서 마주친다면 희준의 얼굴을 못 알아볼지도 몰랐다.
집주인도 희준에게 좋은 일이 있냐고 먼저 말을 붙였다. 그들은 일층 계단참에 서서 오래 대화했다. 이제 빵집에서 일하게 돼서 새벽에 나가서 오후에 돌아온다, 더 이상 물건을 들일 시간도 없고 지금 있는 것으로도 만족한다, 이사 떡 맛있게 먹었다… 그러다 집주인은 희준에게 그런 옷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 원피스 있잖아요. 희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집주인은 자기가 안 입는 옷이 많은데 한 보따리 싸 두겠다고 말했다. 요즘엔 패션이 다양하니까, 희준은 집주인의 호의에 부끄럽기도 하고 얼떨떨하면서 감사했다.
희준은 아끼는 옷을 이제 잠옷으로 입었다. 하루라도 더 입으려면 모두가 잠드는 시간에라도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희준은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 신경 썼다. 원피스를 입고 브레드를 베고 누우면 미래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빵을 반죽하는 날에, 좋아하는 옷을, 자신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날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