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집

문진표

by 조연지

무엇 때문인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솔방울과 밤송이들은 이쪽에 누워 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한 번은 양말이 되는 꿈을 꿨다

누가 내 구멍을 양손으로 잡고서 벌려 뒤집었다

안에 있던 게 바깥으로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깜깜하고 숨이 안 쉬어졌다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긴 것처럼


아래가 따듯해야 하는데

찻잎이 떨어졌다

차망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 나간다


이 섬에는 벌써 꽃이 피고 비가 내려

편지를 쓰고 싶은 기분이 된다

매음굴에 갇힌 것 같아


기도하기 전에 볕과 바람으로 몸을 씻고

물에 손을 담근다

검은 돌을 집어 든다

의사는 나에게 문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벼워졌기 때문에

무릎 위에 올려두고 기도를 한다

약한 사람들이 짐을 덜게 하소서

검은 돌을 돌려보낸다


사람들은 아직도 구경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나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훔쳐본다

이런 말을 하면 병력이 된다


어느 날 어떤 여자들은

수족관에서 죽어가는 아가미나 시장 골목에 나와 있는 돼지 머리만큼

구체적으로 팔려 나간다

살려다가 죽기도 하고 죽었다가 살아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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