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집

태몽

by 조연지

머리에 쟁반을 인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와 물고기를 닮은 얼굴

여자는 천천히 쟁반을 앞으로 옮겨 내게 들이밀었다

보자기를 들추자 희고 둥근 반죽들이 보였다


흐물흐물한 것을 하나 골라온 나는

반죽을 그릇에 담아 베란다에 내다 놓았다

며칠 볕을 먹이자 반죽은 점점 동그래졌다

빛을 내며 부풀었다


항아리만 하게 커진 반죽은 그릇을 집어 삼켰다

나는 잠이 늘고 푸석푸석해져갔는데

의자와 책상도 그랬다

책장을 넘기면 종이가 부스러졌다

바깥에 오래 둔 야채처럼 쪼그라들고 있었다


눈이 부시고 졸렸다

바깥에서 따듯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서

단단해진 반죽 속을 들여다보았다

맑은 물에서 헤엄치는 여자가 있었다

반죽이 집어삼킨 그릇도 보였다


형체를 잃어가는 컵과 그릇을 몇 개 넣었더니

물속에서 모양을 되찾았다 그것들은

차곡차곡 쌓여 반죽 속 여자의 집이 되었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작아진 몸집을 퐁당

반죽 속에 빠뜨렸다


여자는 나를 바삭바삭 씹어 먹고

헤엄치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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