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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나 Aug 23. 2022

나란한 초상

2. 완이

   아빠, 정말로 아빠 몸에서 시계 소리가 나.

   완이는 수지의 머리를 팔로 받치고 있었다. 선희와 수지, 완이가 거실에 나란히 누워 <대장금>을 보는 중이었다.

   완이는 수지에게 저녁으로 카레를 차려주거나 볶음밥을 만들어줬다. 영 요리할 기분이 나지 않으면 레토르트 식품을 데워 식탁을 차렸다. 라면을 끓여 함께 먹을 때도 있었다. 수지는 가리는 음식 없이 모두 잘 먹었는데 고기를 무척 좋아했다. 삼겹살을 세 근 사가면 수지와 선희, 완이가 남김없이 먹었다. 완이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술을 마시느라 몇 점 먹었을 뿐인데도 그랬다. 완이는 수지가 먹는 걸 볼 때면 훌쩍 커버려 자신을 떠날 것 같았다.

   아빠 몸속에 시계가 있어?

   완이는 잠을 잘 때에도 자신의 몸에서 짤깍짤깍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했다. 그는 몇 해 전 심장판막 수술을 했다. 그가 수술실에서 나오는 동안 수지가 태어났다. 선희는 힘에 부쳐 수지를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잠을 잤다. 문임은 선희가 오래 아파하는 걸 볼 수 없다며 선희의 배를 가르자고 했다. 선희도 그러고 싶어 했다.

   완이는 자신의 몸속에 기계부품이 있다는 것과 수지가 태어난 날 몸속에서 시계 소리가 들려온 것, 소리가 멈추면 많은 것이 고장 날 것, 이 모든 것이 기묘했다.




   완이는 몸을 이리저리 기울여 보았다. 가만 세워보기도 했다. 어떻게 해도 어지럼은 나아지지 않았다. 완이는 오랫동안 숨이 차고 어지러웠다. 그러는 동안 친구들은 학년이 바뀌었다. 완이가 바닥에 누워 지내는 동안. 그러는 동안 정숙은 시장에 나가 미나리와 민들레를 팔았다.

   완이는 춘정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춘정고등학교에는 의귀가 먼저 진학했다. 성적 좋은 아이들이 모이는 학교였다. 정숙은 완이를 춘정고등학교에 보낼 생각이 없었다. 둘째 아들 완이는 상업고등학교에 보내려고 했다.

   완이의 담임선생님이 정숙을 찾아왔지만 정숙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선생님이 돌아간 다음날 완이는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신발과 신발 사이에 대충 접어놓은 정숙의 비닐 돗자리를 가위로 찢고 다시 잠들었다.


   완이는 몇 달을 앓고 일어나 새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바닥에 오래 누워 납작해진 몸으로 학교에 갈 생각을 했다.

   완이는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정숙은 역시나 입학식에 오지 않았고 친구들과 선생님은 완이를 완투라고 불렀다. 그는 고등학교 내내 싸움을 하러 다녔다. 완이의 마지막 담임선생님은 완이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담임은 완이를 포함해 몇몇 학생들을 불러 나머지 공부를 시켰다. 집에 가는 길에는 완이하고 술을 마셨다. 완이는 아버지 같은 담임을 잘 따랐다. 담임이 자신을 다그칠 때마다 완이는 정숙을 떠올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약이 올랐다. 완이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자장면을 날랐고 새로 생긴 돈가스 집에서 서빙을 했다. 돈을 모아 대학에도 들어가고 따로 살 집도 마련하고 싶었다.


   건축학과는 어디로 가야 되나요?

   완이는 대학의 두 건물 사이에 서서 건축학과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집 짓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건축학과를 희망했다. 그리고 단번에 원하는 과에 입학했다. 원하던 대로 춘정을 벗어나지 않고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 이 도시를 벗어나려면 돈이 더 필요했다. 정숙을 혼자 두는 것도 싫었다. 완이는 정숙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완이는 자신에게 길을 묻는 사람이 아까 버스에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자신의 후배라는 것도 알았다. 완이는 동그랗고 복스럽게 생긴 선희를 놓치기 싫었다. 그는 1 내내 선희의 마음을 얻으려 애썼다. 선희는 차분하고 성실했으며 정이 많았다. 완이를 아는 많은 선후배들이 선희가 누구인지 보러 다녀갔고 선희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우면서도 그런 관심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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