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집

세느강 유령

by 조연지

오르세 미술관에서 나와 걸었다 아냐 거기 모래밭은 없었어

머리 터진 고양이를 피하려다 죽을 뻔 했는데

강변이었잖아 그림 그리는 사람은 없었어

나는 핏덩이가 그려진 그림이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촛대 하나로 밤을 지키는 사람들과

우린 불행한 것들을 찾아 다녔지


아무도 없는 집에서만 담배 피우는 사람을 알아

다 알고 있었어 그냥 모르는 척 한 거야

나는 말라 죽은 식물을 화분에 그대로 뒀는데

줄기와 잎은 옅은 갈색이 되어도 쓰러지지 않더라

모르는 척 했어 미안해 그 베란다에 의자는 있었어?

이제야 너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꿈속의 거울에는 사랑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 있고

얘기하고 싶어 꽤 불쾌하지

근데 왜, 왜 나한테 와, 왜 여기서 떠돌아


새해에는 떡국을 먹고 나서 딸꾹질을 했다

탁하고 걸쭉해진 기억 같아 꽉 쥔 스푼으로 휘저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를 때마다 사람들이 걱정했다

아프다는 말은 가볍게 할수록 이상해서 연극적으로 현관문을 열고 나갔어

몸이 가려울 때마다 미용실에 간 거야

세탁소 앞에 걸린 옷들을 생각하며 머리를 맡겼어


산책길에 가게 앞에 묶인 개를 봤다

나무에 몸을 긁더라 그 개는 아프거나 아플 거야


이제 집에 가

나는 바스라트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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