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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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지

잘 도착했나요?

크리스마스에 맞춰 도착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늦진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모르는 사람들을 애도하고 기도하는 중입니다. 멸망하는 중입니다.


예닐곱이 둘러앉은 식탁에서 한 사람이 접시 위로 음식을 나눠 담고 있습니다. 가족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모르는 언어로 대화할 것입니다. 원래 어느 나라 노래인지 모를 것을 함께 부를 수도 있겠지요.


선물 받은 오븐에 빵을 구워냈습니다. 이름 없는 빵입니다. 반죽이 많아 빵이 구워지면 식히는 동안 틀에 다시 기름칠을 하고 반죽을 붓고 기다리고 빼내기를 반복했습니다. 오븐에 들어간 빵을 기다리는 동안 불이 나는 상상을 했습니다. 집중한 나머지 무언가 잘못된 줄도 모르고. 불이 커지는 줄도 모르고 불속에 잠기면서. 빈 바닥이 보일 때까지 반죽통을 비워내는 상상을요.


멸망하고 있습니다. 영영 어딘가로 도착하는 중이겠지요.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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