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집

오래된 산책

by 조연지

아이들이 해변에서 조개를 줍는 여름

늙은 여자가 파라솔 아래서 솜사탕과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나는 그의 늙음을 사고 싶어 지폐를 건네었다

여자가 허리를 숙여 아이스크림을 퍼 올리는 모습이

모래성 쌓는 아이들과 닮아 있었다

그는 아이스박스 안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내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너는

알약이 목구멍에 걸릴까봐 무서워하고

나는 한 번에 여러 계단을 뛰어내린다

절룩거리다 꿈에서 깨면 많은 이들이 사라져 있었다


가벼운 목소리를 더 잘 기억하고 싶어 구석에 웅크려있거나 더러울지도 모르는


콘 아래로 크림이 흘러내렸다

나는 이제 이런 일로 울지 않지만

봄맞이꽃 가득 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떨어진 매미를 감싸 나르거나 쏟은 것을 닦아낸다

실수이자 이미 벌어진 것을


네 무릎을 베면 물속에 잠기는 것 같아 비가 오면 잠기는 다리처럼

너에게만 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한테 죽은 사람이 붙었대

작고 가벼워


이제 막 더위가 가신 참인데 차 한 대가 골목으로 들어온다

뛰어가는 동안 네 머리카락이 통통 튀어 오른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가 알록달록하고

우리 옆에 한 명이 더 있다 손발이 묶여 유리밭에 뒹구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커다란 인형 옆자리에서

햇살이 좋아 더 지저분해 보인다

사고 팔다가 버려진 건데

사고 팔다가 버려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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