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신스 포장지

by 조연지

반짝이게 만들 수 있다

이제 막 투명해지는 사탕

실로폰 소리가 들린다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처럼

인형에 박힌 고양이 털 펼친 책 안의 속눈썹

숲이 있다


숲 속을 걷다가 숲 속을 걷다가

붉은 히아신스 같은 구름이 흔들린다

모르는 사람이 고백하는 장면은 너무 오래 재생되고 있어

아주 오래 시도했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병적으로 생각했어

실패했어 깨진 사탕은 입 안에 상처를 내니까


방금 개미가 들어간 나무 구멍에서 여자가 기어 나왔다

잘린 머리카락이 가지마다 걸려 숲을 이루고 있다

냇가로 향하는 여자의 허리춤에 칼자루가 달려 있다

다치지 않으면 죽기나 하겠죠

여자는 떨어진 옆구리를 집어 들어 물에 헹구며 말했다


숲 속을 걷다가 여자를 만났고

숲 속을 걷다가 여자를 만난다

이들은 칼자루를 손에 들고 나란히 서서 연주를 한다


나무를 베어가는 사람들이 말했다 사랑해서 죽였어요

살아있는 것들이 불타고 돋아나고 사라지고 태어나고

아는 얼굴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죽었다 깨어나는데


더 큰 숲이 우거진다

이 무성한 숲에서


사랑밖에 없고 사랑할 수 없는 숲에서


선물 포장을 마친다

네가 죽은 날이다 내일도 다음날도 다음날의 다음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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