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유리에 비친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카네이션에 할머니 입술이 들어 있는데
내가 크는 동안 당신의 입술은 서서히 얇아졌습니다
다른 할머니가 찾아오면 커피를 내오고 과일을 내와서
커튼 같은 살을 부대끼고 마당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진흙을 뭉쳐놓은 듯한 뒷모습들을 보며 낡은 소파에서 잠들었습니다
할머니의 잠은 바닥이 꺼져 끼그덕거리고 살이 들러붙었지요
나는 이제 살점을 먹지 않는 사람
깊은 관련이 있어요 할머니가 뜯어지고 찢겨 죽은 것은
살아있더라도 당신의 요리를 먹을 수 없었겠지요
할머니 매니큐어 몰래 훔쳐 바른 거 기억해?
떼쓰는 나를 못 이겨 오른손은 당신이 발라줬는데
내가 잠들고 열 손가락 발가락에 할머니도 칠했잖아
꿈에는 벗겨진 매니큐어 껍질이 국그릇에 들어 있었다
꿈 밖에는 칠이 벗겨진 손톱으로 담배 피우는 할머니가
학과 소나무가 양각으로 새겨진 나무 장롱 안에서 떨고 있었다
나도 할머니를 피해 장롱 속에 숨었는데 당신 냄새가 나서 좋았어
여긴 계속 물소리가 들립니다 수영장에 있는 것처럼
사람을 기다리는 곳인 점이 당신과 닮았습니다
아직도 남의 가게에서 커피를 판다고 하면 혀를 찰까요
당신도 아름답게 살고 싶었잖아 하고 싶은 게 없는데
얼음이 우르르 떨어집니다
반토막 난 사람이 물에 떠밀려 오고 갑니다
죽어가는 것을 꽃병에 꽂아두었습니다 연약하고 부드러워서
사람과 살구 살점과 자두 사이를 가늠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