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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an 06. 2022

그래도, 1월엔 새해 계획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까


도는 텅 빈 그릇과 같아,

아무리 채워도 채울 수 없다.

<노자>




새해 들어 한 번도 사지 않던 일력을 샀다. 실은 12월 28일에 쓴 글과 어울리는 그림을 찾다, 알게 된 일력이 마음에 들어 냉큼 구매한 것인데 가격은 비쌌지만 매일매일 시간이 흘러감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달력과 주간 플래너는 한 달, 한 주가 통으로 묶인다면 일력은 매일매일을 머릿속에 각인할 수 있어 좋다.


4시 30분부터 깨어버린 정신을 달래고 달래 5시 30분까지 버티다가 결국 일어났다. 딴에는 수면 시간 보장을 위한 몸부림인데 아무리 눈을 붙여보려고 해도 자꾸 <옷소매 붉은 끝동>이라든가, 웹툰 현질을 한다든가 할 것 같아서 아예 일어나 나와버렸다.


사실 어제 나름의 새해 계획을 정리해 글로 남기고 싶었으나 아이와 놀다 자느라 놓쳤다. 오늘은 이왕 이렇게 초초초 새벽에 깨어버린 거 한 번 적어보고 결심을 다져보기로 한다. 방심하다 홀랑 사라져 버릴 나의 2022년은 이렇게 보내고 싶다.



1. 그림 연습하기

  어릴 적 엄마가 미술학원을 보내줬다면 어쩌면 내 직업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손으로 하는 잔재주 중에 그림에 가장 흥미가 있다. 순간을 포착해 기록하는데 관심이 있는데 그림이 딱이다. 태교 할 땐 종이에 펜으로 손그림을 그렸지만 지금은 아이패드가 있다. 펜슬도 있다. 19년도에 미리 사둔 프로 크리에이트 앱도 있다. 1월엔 틈틈이 아이패드 드로잉을 연습해서 내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손으로 담아보겠다! (그리고 그걸 브런치에 연재해보겠다! 호홋)


2. 브런치, 즐기기

  작년엔 7월부터 시작했던 주제를 거의 10월이 다 되어서 완결 짓고 급하게 북을 만들었다. 몰아치며 일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꽤 힘들었다. 짧은 시간 집착하다 보니 마음도 지치긴 했다. 사랑을 주었는데 돌아오는 게 적으니 브런치를 적잖이 미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브런치를 조금, 즐기겠다. 어깨에 잔뜩 짊어진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편하게 즐겁게 글 쓰고 노닐겠다! 일주일에 몇 개의 글을 쓰겠다, 하루에 1개의 글은 꼭 올리겠다, 같은 계획 대신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잘 정돈해서 언제든지 올리겠다'로 마음을 바꾸려 한다. 라이킷과 조회수는.... 차차... 마음을 비우겠다...


3. 소확행 챙기기 (feat. 남편과 딸)

  2020, 2021년은 코로나로 아이와 남편과 한 번도 제대로 놀러 가 본 적 없다. 예약할라치면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된 터라, 아쉬움을 머금고 취소한 지 2년이다. 며칠 전에 딸내미랑 난생처음 키즈카페에 갔는데 너무나 좋아해서 씁쓸했다. 걱정 많고 염려 많은 나 때문에 녀석의 삶도 극히 제한된 채 살았던 것 같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스타벅스, 식당 한 번 맘 편히 간 적 없다. 물론 예전처럼이야 못하겠지만 이제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도 찾으며 살고 싶다. 안전하게, 조심스럽게 조금씩 그렇게 삶의 영역을 확장해보겠다.




몇 달 전, 한 웹툰에서 그런 대사를 보았다.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은 그렇게 극적이지 않다고.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갑자기 각성을 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실은 없는 것 같다고. 어쩌면 우리네 삶은 과거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나선형'이 아닐까 한다고.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그 대사가 큰 울림이 되어 마음속에 남았다. 조금씩 천천히 내 속도대로 원하는 것을 하면서 나아지는 삶을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편안해졌다. 2022년도 그렇다. 지금처럼 소소하게, 확실하게, 행복하게, 하루를 살아가면 2022년 12월 31일엔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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